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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 Sep 07. 2022

영어의 마음을 읽는 법

영어가 세계를 로딩하고 또 다른 세계로 접속하는 방식

책이 나왔습니다!!!

언어를 그저 시험과 스펙에 가두지 않는 외국어공부, 말-생각-삶을 엮는 교육적 실천, 암기를 넘어 이해와 비판, 창조와 연대로 확장되는 영어교육을 꿈꿔왔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영어교육과 인지언어학을 엮는 글을 써 왔고, <영어의 마음을 읽는 법>이 되었습니다.

영어공부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은 자주 하지만 ‘영어의 마음’을 읽으려는 시도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배우겠다는 욕망은 넘쳐나지만 행간을 차분히 살피고 단어 하나하나에 깃든 소우주를 읽어내려는 시도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언어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생태계가 아니라 개인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사회는 언어와 마음, 세계의 관계에 대한 탐구는 잊고 시험과 자본획득에 최적화된 공부를 하라고 강요합니다. 이런 현실에 작은 반기를 들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저항의 흔적입니다.

인지언어학(cognitive linguistics)의 지향은 "언어를 언어 내부에 가두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요약됩니다. 사고와 감정, 관계와 맥락과 연결될 때라야 말의 의미가, 그 가능성과 한계가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인지언어학의 세계관에 이끌려 관련 지식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이를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는 소망도 커져갔습니다.

꾸준히 인지언어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바가 적지 않습니다. 은유는 단지 이론적 탐구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살피고 사회를 바꾸는 프레임이며, 공부의 핵심은 새로운 은유의 체계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문법용어는 우리를 괴롭게 하는 고약한 한자어가 아니라 언어와 세계를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유용한 도구이며, 수십 년 스쳐 지나기만 했던 관사의 용법은 언어와 맥락, 개념화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배움의 장입니다. 단어는 자기 내부에 뜻을 담고 있기보다는 사회문화적 맥락과 지식, 청자와 화자의 경험체계 속에서 역동적으로 의미를 생성하고, 문법과 어휘는 칼로 무 베듯 구분할 수 없는 스펙트럼상의 개념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마음과 소통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내용을 담아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영어교사모임에서 발간하는 《함께하는 영어교육》에 ‘인지언어학 이야기’를 연재하였습니다. 아홉 해의 원고를 모아 울퉁불퉁한 내용을 다듬고 수정한 후 상당량의 원고를 보강하여 세상에 내놓습니다.

책을 집필하며 언어를 사랑하는, 그리하여 교재와 시험 안에 갇힌 언어를 사고와 감정, 삶과 실천으로 해방시키고자 하는 모든 분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학습자들은 이제까지의 영어학습을 돌아보며 새로운 공부방법을 경험하고, 교사들은 영어교육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은 언어를 인지와 엮어 탐색하는 작업에 필요한 영감을 얻고, 대학의 강의자들은 영어교육과 언어학개론, 응용언어학이나 사회언어학 등의 보조 텍스트로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인지언어학의 세계관이 한국의 언어교육 생태계를 풍요하게 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말은 세계를 반영함과 동시에 생산합니다. 이 점을 인식한다면 언어를 공부하는 일이 정보의 습득을 넘어 자신과 시대를 엮어내는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깊이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뒤집어 생각하는 노동만이 이제와는 다른 삶의 언어를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영어의 마음을 읽는 법>의 독자들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담은 삶의 언어를, '그들'이 던져준 언어가 아닌 우리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응원과 대화로, 다양한 피드백으로, 교실에서의 열띤 토론으로, 더 좋은 교육을 향한 열망으로 함께해 주신 수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누구보다 정성스런 노동으로 멋진 책을 만들어 주신 정혜지 편집자님, 고맙습니다.

타이핑은 제가 했지만 책은 우리 모두가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책의 기본 목차입니다.

프롤로그 | 영어의 마음을 읽는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장 인지언어학, 언어학에 마음을 더하다

2장 생각의 근간, 은유

3장 문법 그리고 품사에 숨겨진 비밀들

4장 영어 관사의 원리 이해하기

5장 단어의 의미와 문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

6장 영어와 생각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에필로그 | 깊고 차분히 언어의 마음을 읽어내는 삶에 대하여

풍부한 소개 및 상세 목차는 <생각의 힘>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