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과 '영원히'

두 유의어에 대한 단상

by 가이아



유의어로 제시되지만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말들이 있다. 내겐 '늘'과 '영원히'가 그렇다.


'영원히'는 닿을 수 없는 것들을 단숨에 포괄하려는 의지다. 전체를 선언함으로써 부분을 붙잡으려 한다. 선언으로 붙잡을 수 있는 게 하나라도 있을까.


'늘'은 닿을 수 있는, 작디 작은 순간에서 시작하여 전체로 나아간다. 순간순간의 합을 지향한다. 허나 인간은 순간을 적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joshua-sukoff-dm2FH7z4Y9s-unsplash.jpg Photo by Joshua Sukoff on Unsplash


'영원히'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늘'의 세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원'의 부존재는 인간의 몸 바깥에 초월의 모양으로 날아가고, '늘'의 부존재는 우리들의 몸 곁에 한숨 섞인 망각으로 걸어간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은 발화의 순간 거짓이다. 하지만 늘 사랑한다는 말은 순간순간을 사랑하겠다는 결단이다.


늘 곁에 있는 것들은 영원하지 않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기억하는 한 늘 곁에 있었던 이들을 떠올린다. 영원하지 않아도 충분한, 영원할 수 없어 더욱 빛나는 사람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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