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학생이 있었습니다. 수업마다 세 쪽 짜리 페이퍼를 지식과 경험을 가득 담아 제출했습니다. (제가 요구한 것은 한 쪽이었습니다.) 매번 진지하고 날카롭게 토론에 임했습니다. 진솔함이 묻어나는 코멘트로 수업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종종 느끼곤 하는 저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비대면 수업에서 이런 학생을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성적처리까지 마친 후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주저되었습니다. 수십 명 학생 중 한 명을 골라 인사를 보내는 일이 자칫 편파적인 행동으로 비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몇몇 지혜로운 선생님들도 저의 걱정에 공감을 표해주셨습니다. '피드백은 수업 중에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말씀이셨죠.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아쉽지만 감사인사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습니다.
며칠 전 오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지난 학기 수업에 대한 잔잔한 소회를 들려주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수업이었다고,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제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더했습니다.
저는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답장을 썼습니다. 고맙다는 그의 말에 저 또한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후에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배움의 자리에서 만나자고 말했습니다. 이 학교에 얼마나 오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함께 배우고 성장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메일에는 쓰지 못했지만 "고맙다고 말해주어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저의 마음은 영원히 갇혀 버렸을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표현된 고마움만 가치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요 며칠 서로 고마움을 전할 수 있었음에 참 기뻤습니다. 가르치는 노동자로 살아가는 제게 어쩌면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이들과 함께 서로 고마운 존재로 커나갈 수 있음에 감사한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