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

치매와 노년

by 전 설

'툭탁툭탁'


이른 아침, 상철이 요란하게 장도리질 중이다. 간밤에 복희가 소란을 일으킨 탓이다. 복희는 모두가 잠든 새벽 집을 나가 스스로 지구대를 찾아갔다. 벌써 두 번째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다급한 모습이지만 지구대 경찰들은 한결같이 평화롭다.


"아이고, 할머니. 또 오셨어요? 이 새벽에 여기까지 웬일이세요."

"우리 집에 이상한 아저씨가 사는데 아이고, 잠을 못 자게 해요. 잠을 잘 수가 없네."

"할머니, 아드님이 걱정하세요. 이렇게 새벽에 나오시면 안 돼요. 위험합니다."


복희는 4년째 중증치매를 앓고 있다. 76년 전 17세 되던 해 시집와, 결혼 1년 만에 사별 후 시가의 16대손을 잇기 위해 양자를 들인 게 상철이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아직도 어렵다. 법적으로 아들과 모친이지만 이들이 같이 살게 된 건 복희의 치매를 알게 된 후이다. 간병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합가였다.


"어머니. 이제 여기 못 나가요. 내가 이거 채워놨어. 이제 못 나가셔."

"나 집에 데려다줘요."

"여기가 어머니 집이야. 어디를 자꾸 가시려고."


상철은 어쩔 수 없이 거실 중문에 자물쇠를 채웠다. 2주 전, 홀로 중랑천 산책을 다녀온 후 복희가 사라진 걸 알고 온 동네가 난리가 났었다. 합가 전 복희가 살던 집을 찾아가겠다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지구대에서 상봉한 후, 혹시 몰라 상철이 지구대에 연락처를 남겨놨다. 덕분에 새벽같이 일어나 복희를 데리고 한바탕 소동을 치른 것이다. 치매 1년 차까지는 그래도 가끔 정신이 돌아오는가 싶더니 최근 2년 사이 제정신인 때는 하루 손에 꼽을 정도다. 이젠 상철이도 지쳐간다. 긴 병에 효자 없다더니 참말인가 보다.


"또 한 번 이렇게 나가시면 그땐 요양원 가요."

"내 집에 보내줘."


요양원이란 단어는 어찌 아는지 복희는 요양원 말만 나오면 예민해진다. 사실 복희의 치매를 알고 끝까지 간병하겠다고 큰소리친 상철이지만 복희의 배설장애가 동반되면서 점점 자신이 없다. 상철이 역시 여든을 목전에 두고 있는 나이에 여간한 일은 아니다. 일주일 전 복희의 고향에 위치한 요양원을 알아보았지만 상철의 마음의 무게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라 포기하고 돌아왔다. 먹물로 이어진 인연, 끈끈한 가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따로 지낸 미안함도 자리 잡고 있었다. 건강했을 때 살 맞대고 지냈으면 좋으련만 노후가 서로 외로움에 인생이 서럽다. 상철은 복희의 기저귀로 꽉 찬 쓰레기봉투를 정리한다. 여름이라 냄새는 또 어찌나 고약한지 치울 때마다 곤혹을 치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복희는 오랜만에 정신이 돌아왔는지 미안하다며 울먹인다.


"미안한 거 아시면 오래오래 더 사셔. 혼자 사셨던 그 외로움 내가 채워드릴 때까지."


상철의 말에 복희는 얌전을 떨어본다. 세 살배기 아이를 양자로 데리고 오긴 했지만 엄연한 친모가 있는 아이였다. 족보상 16대손으로 호적에 올릴 수 있는 아이는 상철 한 명뿐이었다. 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일 텐데 함께 할 수 없는 양자라니 인생이 참 고약하다. 상철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면서 혼자 있을 복희를 위해 자물쇠를 다시 걸어 잠근다. 이것이 요양원에 모시는 것보다 더 못 할 짓인 것 같아 손 끝이 부르르 떨린다. 어쩌면 그곳은 복희 연배의 사람들이 많을 테니 지금보다는 덜 외롭지 않을까, 잠시 고민한다. 쓰레기를 버린 후, 현관문을 열고 다시 자물쇠를 풀고 들어가니 복희가 심술이 잔뜩 난 표정으로 상철을 불러 제친다.


"날 굶겨 죽일 셈이야? 밥 줘. 배고파."


오늘도 두 모자는 투박한 점심상에 인정을 더해 끼니를 때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