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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Nov 05. 2022

종이 냄새

  

 난 종이 냄새를 참 좋아한다. 특히 인쇄가 완료된 종이. 예를 들면 잉크 냄새를 머금은 종이랄까. 잉크를 머금고 프린터를 통과한 종이에서 나는 냄새는 묘한 중독을 이끌었고, 그건 책 구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자가운전을 하면서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할 때면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었고, 특정 작가의 여행도서에서 이 작가, 저 작가의 도서로 확장되어 여행에 대한 로망을 키우기도 했다. 하루가 바쁜 일상에 여행의 대리만족 때문이었을까, 그 중독은 꽤 오랫동안 유지됐다. 하지만 육아와 회사, 가사의 자리를 동시에 하는 나에게 책을 읽는 시간 자체는 수면 시간을 줄이는 방법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거기에 학생의 신분까지 확장된 지금의 나는 책을 읽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했음을 지금에서야 알게 됨이 참 어리석게 느껴지기도 한다.     

 

 교수님의 저서여서 구매, 최근 도서 트렌드를 알기 위한 명목으로 베스트셀러 구매, 교수님이 추천하셔서 구매, 내가 써보고 싶은 장르여서 구매, 지인이 추천해서 구매, 과제 때문에 구매 등등 최근 책을 구매할 이유가 많아졌다. 오랜만에 책을 휘리릭 넘기며 종이 냄새를 맡았다. 저절로 눈을 감게 하는 향수 같은 냄새. 그러면서 책에 한 자, 한 자 활자가 찍혔을 순간을 상상했다. 가슴이 설렜다. 백지 위에 새겨지는 수많은 이야기. 그 이야기들이 내 책장 구석구석 박혀 있다. 그리고 내 책장 한구석엔 가히 신작이라고 써 놓을 만한 책들이 나란히 서 있다. 요령 부리지 않고, 솔직한 독서를 해보고 싶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려고 한다.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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