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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Nov 06. 2022

자본주의 민낯

3화

 이 캡슐은 심장 재건 시술보다 친절하지 못하다. AI 음성이 전혀 없다. 무척 성의 없다. 물론 생명 연장의 가장 핵심적인 이식이 이루어지는 곳이기에 안정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다. 잡음은 휴식을 방해한다. 뉴런 DNA가 이식될 때까지 캡슐 안에서는 긴장한 근육을 이완시켜줄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실제 향이 퍼지는 것은 아니다. 기계가 후상피를 자극해 환후를 일으키는 것이다. 길게 세워져 있던 캡슐이 시계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그를 편안하게 눕혔다. 인위적인 안정이기만 나쁘지 않다. 이렇게 약 2시간의 수면을 마치면 그는 새로운 삶을 이어가게 된다. 수명 연장의 방법은 사실 꽤 간단하다. 버드파커라는 DNA의 길이를 늘여주기만 하면 되는데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길이가 짧아지고 수명도 함께 줄어든다. 이 길이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짧아지는 주기가 빨라진다. 이 속도를 지연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캡슐을 복용해야 하고 늘어지는 피부를 방지하기 위해 하루 2시간 탄력 운동과 탄력 캡슐을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사고로 인한 사망은 재생이 불가하다. 수많은 메커니즘으로 이것들을 실험하기도 했지만 정확하게 예측해내지는 못했다. 운명은 무엇으로도 거스르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몇 달 전, 에반은 해외 지사의 대표 주주들과 함께 만찬에 초대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그는 아주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홍콩의 대표 주주 칭웨이가 자살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생명 연장을 1차로 마친 후 5년도 채 안 된 시기였다.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 그들은 막대한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 칭웨이는 무리하게 연장을 시도했고, 부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급격히 궁핍해진 그는 건강한 연장을 위해 필요한 수많은 캡슐을 구매할 여력이 없었고, 그의 부인은 나이만 연장한 채 세포 캡슐을 복용하지 않아 급속도로 노쇠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20년은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했다. 결국, 레드스퀘어를 찾아가게 된 것이다. 레드스퀘어는 남은 인생의 일부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금액을 받게 되는, 간단하게 말해 내 생명을 파는 곳이다. 그렇게 부인을 잃고 거액의 금액을 손에 쥐게 되었지만, 결론적으로 칭웨이는 혼자였고 부인을 먼저 보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생명 연장에는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그 어떤 시도에도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중력의 법칙은 생명 연장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젊음은 캡슐만이 해결책이 아니었다. 인생을 돈 주고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 돈을 주고 사는 건 젊음이 아니고 수명을 연장하는 것뿐이다. 또한, 수명을 건강하게 연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에반은 생명 연장의 순서를 완벽하게 마치고 출구로 나왔다. 멀리 레드라인이 보인다. 그들의 행색은 하나같이 초라하다. 그리고 저곳의 출구를 나오면 그들의 통장에는 반납된 수명에 따라 적게는 수십만 불에서, 많게는 수백만 불이 입금될 것이다. 그들은 남은 생을 여지없이 호화스럽게 살 것이다. 최고급 호텔에서 남은 생을 보내거나, 평생 가져보지 못했던 슈퍼카를 한꺼번에 여러 대를 매입하고 이성을 유혹할 것이다. 극자본주의적이지만 이것 또한 남은 생의 일부 환불함으로써 얻어지는 대가다. 그 경제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가장 사실적인 것은 빈곤층이 없다는 것이다. 노숙자들은 앞다투어 생명을 반납하고 부를 얻는다. 그래서 길거리 노숙자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그나마 남아있는 노숙자들은 이미 1회-생명 반납은 1회뿐이다.-를 쓰고 받은 생명 값을 모두 탕진해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젊은이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20대 청년이 20년을 반납했을 때, Vivir data는 그의 예상 수명을 관측할 것이고, 100세라고 가정한다면 앞으로 60년을 호화롭게 살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보다 더 큰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여기서 부작용이 있다. 호화로운 인생을 살다 보면 더 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청년은 더 살고 싶어도 60년 후엔 반드시 사망하여야 하고, 혹여 사고로 사망을 하게 되면 그의 장기는 예외 없이 기증된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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