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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Nov 05. 2022

건강회로를 재건하다

2화

 “반갑습니다, 에반 스미스. 본체 앞 붉은색 칩 위에 왼쪽 가슴을 밀착시켜 주십시오. 심장이 기계와 잘 연결되어야 업로드 시간이 빨라집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1차 생명 연장이 진행되는 시간은 약 1시간 남짓. 진행에 속도를 내기 위해 에반은 기계가 시키는 대로 차분히 몸을 움직인다. 심장이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의 뉴런 DNA도 수정해야 한다. 이 작업은 너무나 견고해서 자칫 잘못하면 연장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심장과 연결된 대동맥의 플라크를 확인하고, 심장의 근육을 소생하기 위해 자기장을 이용한다. 단, 3시간 이내로 DNA를 수정하지 않으면 심장이 인식한 DNA와 뉴런의 DNA가 일치하지 않아 오류를 일으키고 이 오류는 새로 연장한 그의 20여 년에 치명적인 장애를 일으킨다. 심장이 업로드되는 30여 분 동안 눈앞의 화면은 심장이 마치 내시경에게 알몸을 내주고 있는 듯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꾸준히 캡슐을 복용하고 있지만, 심장은 흐르는 시간만큼 늙어가고 있었고, 우측 혈관은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보였다. 전형적인 심근경색 증상이다. 기계는 친절하게도 이 모든 것을 전류와 자기장만으로 건강한 심장으로 재건하고 있다. 기계는 피를 보이지 않는다. 기계는 메스를 쓰지 않는다. 기계는 의료사고를 일으키지 않는다. 오로지 인간이 하는 실수-심장 자기장 시술 후 3시간 이내에 뉴런 DNA를 업로드받지 않거나 못 받는-만 없다면 기계는 오류를 용납하지 않는다.     


 “완료되었습니다. MS-MOIXX. 당신의 심장은 업로드가 완료되었습니다. 30분 이내에 다음 단계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최대 연장 완료 대기는 3시간입니다. 3시간 내로 DNA를 이식받으셔야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계신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실상 건강한 삶은 기계에 의존하고 있었다. 기계가 만든 뉴런 세포 재생 캡슐을 먹고, 혈관재생 캡슐을 먹지만 아무리 시대가 인간의 과학을 뛰어넘었다 해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방금 모니터에서 본 컬리플라워처럼 부풀어 오른 사진은 가히 충격적이다. 에반이 1차 연장을 시작한 게 20년 전이고 2차 연장을 진행하지 않았다면 그는 예정대로 일주일 이내로 사망하게 되었을 것이다. 문득 그가 아까 본 혈관 때문에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머리가 쭈뼛쭈뼛하고 소름이 돋았다.     


 이식 컨테이너 내부에는 원기둥 모양의 캡슐이 자리해 있다. 방금 재건 시술을 마친 심장과 같은 DNA를 이식하기 위해 마련되어 있는 곳이다. 에반이 부여받은 자리는 두 번째 캡슐. 반투명 원기둥이 환영이라도 하는 듯 자동으로 문이 열리며 기계음을 발산한다. 반복되는 쇼팽의 녹턴이다. 그는 캡슐 안에 몸을 힘겹게 밀어 넣었다. 기계들이 분주하게 두뇌 위에서 제자리를 찾아 헤맨다. 그리고는 차가운 무언가가 그의 손목을 감싼다. 맥박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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