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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Nov 04. 2022

수명을 구입하라

1화

 “어서 오십시오. 블루라인을 밟으시면 3초 이내에 홍채 인식을 진행하겠습니다.”           


 부드러운 기계음이 쇼팽의 ‘녹턴 op.9 No.2’와 범벅되어 울리기 시작한다. 짤막한 클래식을 들으며 눈을 크게 한 번 떠본다. 에반이 홍채를 인식할 때마다 하는 버릇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의 홍채를 인식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 버릇이 되어버렸다.     

  

 “당신의 이름은 에반 스미스. 103세. 성별 남성. 2122 년 생명 연장 이력이 있습니다. 남은 생명 연장은 1회입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진행하시려면 A라인 끝에서 대기하여 주시고 취소하시려면 F라인 끝의 출구로 이동하여 주십시오.”     


 에반은 아주 잠깐 생각한다. 몇 살까지 살아봐야 만족할까, 아직 많은 것들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그는 그런 변화를 보는 것에 쾌락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연장의 기회는 한 번뿐. 회당 최대 연장은 20년이다. 앞으로 그는 뉴런 세포 약을 포함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캡슐을 매일 복용할 것이다. 건강하게 풍족한 삶을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빠르게 생각한 뒤 A라인 끝의 블루스퀘어로 몸을 밀어 넣었다. 쇼팽을 사랑하는 기계가 그에게 다시 말을 걸어온다.     


 “어서 오십시오, 당신의 생년월일과 앞으로 연장할 숫자를 정확하게 눌러주십시오.”


 기계는 흔들림 없는 억양과 상냥한 말투로 에반에게 조작을 지시했다. 그는 서둘러 버튼을 누른다. 2.0. 그리고 개인정보 공개 동의를 위하여 홍채 인식과 지문 인식을 진행한다.     

 

 “당신이 선택한 연장은 20년입니다. 당신의 생활 패턴을 조회 중입니다.”

 “이름, 에반 스미스. 남성. 현 나이 103세. M&A 금융지주의 총수이며 총 재산 약 53억 불. 연간 소비액, 5천만 불. 연간 소득액, 4천만 불로 생명 연장 20년이 타당하다고 조회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오른쪽의 블루라인에서 대기해 주시면..”     


 기계는 빠르고 적나라하게 그의 재산을 적시하고 있었다. 에반은 멋쩍은 듯 헛기침으로 응했다. 듣는 이가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누구도 들을 수 없는 개인정보이다. 재산을 음성으로 전달하는 지금 이곳은 1인 외에는 통제구역이다. 지금은 2142년. 개인정보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 시대다. 개인정보가 다른 사람의 홍채에 인식되면 시신경은 기능을 멈추고, 심장은 정지된다. 개인정보는 곧, 수명과 연장되는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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