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 설 Nov 30. 2022

아찌떡볶이

건대 화양시장

 지금은 너무 유명해졌지만, 이전에는 나만 알고 있었던 분식집. 건대 먹자골목 끄트머리의 시장에 별다를 것 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떡볶이. 곱디고운 고춧가루로 비법 양념을 만들었을 테고, 이것저것 넣어 그만의 육수를 만들었을 텐데 아무리 먹어봐도 그 비법을 알 수 없는 내 인생의 떡볶이. 빠알간 옷을 입은 길쭉한 밀떡은 그 빛깔이 너무나도 고와 어렸을 적 학예회 때 입었던 저고리가 생각난다. 비단으로 만들어진 붉은 저고리에 색동 소매와 옷고름이 한창 유행을 일으켰던 그때. 떡볶이는 그 자태만으로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했다.     


 “안녕하세요. 진짜 오랜만에 오네요. 떡볶이 3인분 포장해주세요.”     


 하루 이틀은 그냥 두고 먹어도 딱딱해지지 않는 비법은 도대체 어떤 비법인지 묻고 싶은 미스터리 떡볶이. 늦가을 썰렁한 주방의 구석에서 하룻밤을 지내고도 여전히 쫄깃함을 입안으로 밀어 넣는 참 고마운 떡볶이를 나는 건대에 가면 항상 찾는다. 양배추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양파가 찬란하게 몸을 담고 있지도 않은데, 이 적당한 달콤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곱게도 걸쭉한 국물을 샅샅이 살펴봐도 대파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 또 이렇게 부드러운 담백함은 뭐지? 와, 진짜 대 to the 박.     


 “모양은 아무리 생각해도 고춧가루 같지 않은데, 텁텁하지 않은 맛을 보면 고춧가루가 분명하고. 뭘까, 뭐지?”

 “뭘 떡볶이 하나 먹으면서 연구까지 하고 그래. 그냥 먹어.”     


 음식은 눈으로 먼저 먹고 혀로 음미한다는 말은 기가 막힌 표현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보기에는 여느 떡볶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살짝 걸쭉한 국물의 빨간 떡볶이. 조금 특별하다면 국물의 빛깔 정도랄까. 그런데 입안에서 혀가 맛을 만나는 순간 동공은 확장된다. 난생처음 먹어보는 인생 떡볶이에 구구절절 말이 많아지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음식이 사람의 뇌를 자극하는 것이 몹시 신기하다. 20대 후반에 처음 만난 ‘아찌떡볶이’. 그 맛이 더 특별한 이유는 어쩌면 그 시절 빛났던 청춘과 뜨거웠던 연애 시절을 함께 했기 때문일까. 미(味)는 혀가 만나지만 각(覺)은 뇌에서 느끼게 해 주고, 맛을 느낀 나의 뇌는 동시에 추억을 떠오르게도 한다. 생각해보니 음악과 음식은 인간이 말로써 표현하는 과정이 비슷한 것 같다. 난 떡볶이를 한 입 넣으면서 발을 동동 구르며 호들갑을 떤다. 마치 드럼을 치듯, 맛의 리듬을 눈을 감고 상상한다. 음~ 맛있다.

작가의 이전글 틈만 나면 데이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