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트맨 리턴즈>(1992)를 다시 보면서
펭귄맨이었던 배우의 이름이 뭐였더라, 하고 생각한 순간에 깨달았다.
나는 죽고 만 것이었다.
무덥고 맑은 오후였다. 잔, 잔, 잔, 잔, 하고 냉장고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도시에서 그런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냉장고는 오로지 그 냉장고뿐일 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고, 이제 죽은 입장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잔, 잔, 잔, 잔, 하고 냉장고가 돌아갔다. 그 소리에 자극을 받고 작은 소용돌이처럼 돌돌 말리며 천장으로 떠올랐다가, 흐르다가, 스테인리스 표면처럼 맑아졌고, 스푼처럼 오목해졌다가,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서, 확고해졌다.
어머, 하고 생각했다.
나, 죽었어.
냉장고 모터가 툭, 소리를 내며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