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록
발등을 덮는
구두가 말했다
우리가 바닥을 알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다
나는 가끔 너보다 더 많이 너를 생각했어
그러나 저울이나 시소 따위는 우리와 상관없지
몸을 기울이고 걷자
비스듬한 해와
여러 갈래의 그림자
당신은
여름이면
조금 웃었지
넓은 잎들이 서로를 모르고 자라다 스치듯이
파록
모두 같은 초록은 아니었어. 그렇지?
당신은 내게 색을 알려주고 싶었던 거야
내가 색맹이라 말하지 못했지만
대신
가리킨 잎사귀들이
다 다른 모양이어서 좋았어
충분해
우린 모두 나무숲에 숨었지
바람이 불어 잎이 대신 재잘거리면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였어
이름만
바뀌지 않는 이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