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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수 May 16. 2024

[Prologue]

성형외과 의사인 내가 성형 수술, 시술을 받지 않는 이유

 40대, 불혹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하는 어른들을 보며 나의 40대를 상상해왔다. 나는 과연 어떤 아저씨가 될까, 중후하고 멋이 느껴지는 그런 원숙한 중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좀 철없는 기대가 섞인 상상이었지만 어느덧 상상만 하던 그 날이 내게도 찾아왔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시절에 만난 친구들은 성형외과 대표 원장이 된 내게 농담을 섞은 진심을 담아 성형 수술, 시술을 쉽게 받을 수 있어서 부럽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면 나는 좀 으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아니, 난 동안이라서 괜찮은데?"


 그러고는 쏟아지는 야유와 비난들을 들으며 나는 한껏 기분 좋은 미소를 보여주곤 한다. 사실 외모지상주의의 시대에 그 이상을 이루는 일의 최전선에 있는 나 같은 사람이 성형 수술은 물론 시술, 그 흔한 보톡스 한번 맞아본 적이 없다는 것은 좀 이상한 일처럼 보이긴 할 것이다. 


 마치 31가지 맛의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를 창업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는 절대 자기네 회사 아이스크림을 못먹게 한다는 도시괴담처럼, 뭔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지는 않을까 싶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소위 '동안'으로 만들어준다는, 환자의 '어린 날'을 만나게 해주는 수술을 하는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어불성설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내가 항노화 시술이나 수술을 받지 않는 이유는 내 얼굴에 기록된 기억들을 더 잘 꺼내고 싶어서이다.


" 어린시절 엄마, 아빠와 웃고 떠들고 때로는 형, 누나와 다투며 울음을 터트리던 철 없던 아이의 표정.

  아내를 만나 설레고 사랑에 빠지며 지었던 행복한 미소.

  아내와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의 감격에 찬 표정.

  의사로서 성장해 나가며 얻은 진중하고 결의에 찬 입술. "


이런 기억들이 내 얼굴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나는 이 소중한 순간들을 잘 간직해 언제든 쉽게 꺼내보고 싶다.




 나는 늘 환자와 만날 때면 그 분이 가장 행복했던 '어린 날'을 만나게 해주는 의사가 되어주겠다는 생각을 되뇌인다. 


그리고 매일 그들과 만나는 순간에 나는 내 얼굴에 남은 기록으로 '지금'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어린 날'을 만나게 해주는 의사로서 나의 '어린 나'를 이 글을 통해 소개하면서, 나를 만나러 올 환자들이 가장 행복했던 날을 되찾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퇴근 후에 아내와 아이들과 웃으며 보내는 시간과 표정을 얼굴에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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