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국시집 여자>(연출 김민경 극본 김정주)는 찌질한 남자 진우(박병은)가 미스터리한 여자 미진(전혜빈)과 엮이면서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서울과 안동을 오고 가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안동 곳곳의 고즈넉한 풍경이 카메라에 담깁니다. 또한 무더운 한여름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이들인물이 지닌 결핍을 더욱 강조하는 장치처럼 보입니다. 진우와 미진이 함께 거닐던 길, 이들이 평상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일 때 녹음 짙은 배경은 푸르른 생동감으로 보이지만, 어째 이들의 대화는 생각보다 건조합니다.
진우를 보면, 홍상수 영화에 숱하게 등장한 남주인공이 떠오릅니다. 수작을 거는 모습, 혼자 아닌 척하는 모습, 친구의 성공에 발끈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죠. 그에 반해 미진은 드라마 제목처럼 '국시집 여자'로 나오는데 사실 국시집 여자같진 않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캐릭터의 전형성을 그대로 답습합니다. '사연있는 여자' 하지만 '예쁜 여자'. '국시집 여자'처럼 생긴 사람 따로 있나 반문할 수도 있지만 사실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인물이라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여성 감독과 여배우의 의기투합이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그 기사에는 신선한 소재와 짜임새 있는 연출이라는 호평을 해놨더라고요. 짜임새 있는 연출에는 동감하면서도 '신선한 소재'라는 데에는 동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일종의 '소극적인(?) 불륜'인 셈인데. 진우가 미진에게 사로잡히는 계기라는 게 사실 '첫 눈에 반했다'는 것외에 미진의 어떤 점에 대해 진우가 감정을 증폭시키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진우의 찌질함을 감안하더라도 미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소유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단막극의 주제는 무얼까. 생각해봤습니다. 어리숙함에서 성장으로 나아가는 진우의 고군분투기 정도로 요약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극본을 아직 읽어보진 않아서, 읽고나서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볼거리' 차원에서는 과거 '문학'을 극화한 단막극이 떠오르는 작품이었습니다. 배우 이영애가 출연했던 <은비령>이 생각나기도 했고요. 극 전반에 기타의 선율이 흐르는 분위기가 문학적 느낌을 배가시킨 것 같습니다. 사족으로, 요즘 같은 시대에 원고지로 글을 쓰다니..물론 실제 그러한 작가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극중 인물 나이로 봤을 땐 좀 무리수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젠 대본을 읽어볼 차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