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채도를 담아낸 드라마
JTBC <청춘시대>가 끝났다. <청춘시대>에는 20대 여성을 표상하는 다섯명이 모여 화려한 시절을 보낸다. 진실과 거짓말, 예쁨과 못생김, 아름다움과 추악함, 선과 악, 드러냄과 숨김, 젊음과 늙음, 빛과 그늘, 구속과 자유, 삶과 죽음, 따로 또 같이.. <청춘시대>를 보면서 입체적인 캐릭터가 극에 얼마나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체감했다. 드라마의 개연성은 스토리 뿐 아니라 공간의 개연성, 인물의 개연성이 뒷받침되어야 생긴다. 음악까지 합이 잘 맞는다면 그 드라마는 베스트가 된다.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서 다섯명의 청춘은 끊임없이 각자의 공간을 중요시 여긴다. 공용 냉장고 속 반찬통마다 각자의 이름이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고, 욕실에는 바구니마다 목욕 용품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셰어하우스이기에 규칙이 있지만 에피소드가 진행될 때마다 혼돈이 생기는 건 드라마의 묘미였다. 채도가 다른 청춘들이 그은 경계선은 갈수록 희미해졌다. 이미 다섯명 모두가 신발장 귀신이 각각 자신과 연결돼 있다고 직감한 순간부터 이들은 연결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인물을 입체적인 묘사하면서 개연성이 더해졌다. 이들은 서로 부딪히면서 조금씩 성장했지만 자신을 잃지 않는다. 강이나는 이나대로, 윤선배는 윤선배대로, 은재는 은재대로, 예은은 예은이대로, 송지원은 송지원대로. 어떤 분기점을 맞이했다고 해서 급격한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나는 애매한 나이에 잡은 애매한 목표(디자이너)를 잡았지만 당분간 어설픈 데생에 집중할 것 같다. 편의점에서 전공책을 공부하던 윤 선배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필경사 바틀비>를 읽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잠시 집어든 <데미안>은 윤선배가 껍질을 깨고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걸까.
물론 모든 인물에게 낙관적 성장만 선사한 건 아니다. 풀리지 않은 숙제도 있다. 하우스메이트의 사건사고에 마음을 졸이고 눈물을 쏟던 예은은 데이트 폭력의 트라우마를 외면해온 자신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은재는 아버지와 관련된 사건을 두고 자신의 기억이 온전치 않았던 것으로 매듭을 지었지만, 그 매듭이 언제 다시 풀릴 지 모를 일이다. 12부작으로 길지 않은 드라마였지만 다양한 청춘의 빛깔을 마주하고 매 장면마다 걸맞은 음악을 택한 이남역 감독 덕분에 귀가 즐거운 시간이었다.
첨언1, 뜨거운 여름에 어울린 드라마였다.
첨언2, 송지원 모솔 탈출을 기원했다.
사진 출처는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