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백꽃 생각한 하루

2019년 11월 23일 

오늘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생각한 하루다. 

누군가 그랬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글이 잘 안 써진다고 고민했다면, 

그게 곧 글을 쓰지 않은 거라고. 

고민할 뿐 하지 않았다는 건데 바로 그게 나다. 

글을 쓰고 싶은 건지, 보상을 원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주 가끔 단편을 썼고, 

매듭짓지 못한 에세이를 썼고, 

드라마 극본을 쓰기도 했다. 

물론 비평을 쓰기도 하고. 

이러한 글들이 과연 내가 원해서 쓰는 건지 

정말 나는 글을 쓰는 게 좋은 건지 

글 쓰는 나를 추앙하는 건지 

나는 그걸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 수가. 

결과물이 없다는 건 재능도, 

훈련도 하지 않았다는 것 아닌가. 

아, 그럼 나는 글을 안 쓸 수 있나. 

그건 좀 그래. 

나도 모르게 글 쓰는 나로 정체성을 가져왔는 걸. 

오래되어 포기하기 어렵다는 게 아니라 

그냥 글을 써야 나 같다는 느낌. 

왜 나는 글을 쓰지 않으면 강한 압박감을 느낄까. 

글쓰기로 경쟁하는 건가. 

인정 욕구인가. 

나도 모르게 뒤처진 거라고 여기며 

어떤 무언가로 성취하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그럼 안 써야되는 건데. 

그런 걸 써서 뭐하냐. 

글쓰기가 도구가 되고, 글쓰기에 몰입하지 못하는데. 

그럼, 언제 글 쓰면 좋더라. 

"너 글 좋더라" 이 말 한 마디면 충분했던 거 같던데. 

좋더라, 어디에서 나는 반응한 거지. 

문장이 좋다는 걸로 해석했나. 

타인도 공감하게끔 써서 좋다는 걸로 해석했나. 

글의 구성이 좋다는 걸로 해석했나. 

아니면 노력이 인정받아 좋다는 걸로 해석했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서 

올해 4월 이후로는 창조적인 글을 쓰지 않았다. 

(물론 업무로 써야 할 글은 쓰고, 일부 공모전에는 글을 냈지만)

뭔가 결핍이 없고, 그럭저럭 괜찮고

머리에 든 게 하나도 없으니 내놓을 게 없고

어쩌다보니 

나는 나를 잘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