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브런치가 생각난 하루였다. 먹는 브런치 말고, 지금 쓰고 있는 이 브런치. 글에 성과를 매기기 어렵지만, 나는 내 글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 브런치가 떠오른다. 아마 누구에게도 툭 터놓고 이야기하기 부끄러울 때, 아니면 무슨 글이든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이도 아니면 뭔지 몰라도 고백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 때 0과 1로 이루어져있다는 컴퓨터로 직행한다. 누가 답해주지 않겠지만 일종의 0과 1의 해우소인 셈이다.
그렇지만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0과 1이 아닌 3을 원한다. 글을 쓰고 싶은 나와 글이 쓰여지는 이 공간에서 나는 무슨 글을 써야하는 지, 무얼 쓰고 싶은 지를 찾고 싶어한다. 나라는 사람은 어느 정도는 하지만 어느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다. 의심과 게으름과 합리화가 경계선을 희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쓰다가, 원고를 마감하다가, 소설을 쓰다가, 드라마를 쓰다가, 그렇게 길을 잃고 멈춘다. "거기, 누구 있나요?"
3이다. 그럴 듯한 말과 에둘러 말하는 모든 이야기의 끝에는 결국 남는 건 타이핑 뿐이다. 글은 어디서 공짜로 주워담을 수도 없고, 말하고 싶은 바는 나를 파고들지 않는다면 알아챌 수 없다. 아마 이 말이 하고 싶어서, 쓰는 걸 멈추지 않고 싶어서 브런치가 생각났나보다. 성과없는(성과는 다른 어떤 단어와 바꿔도 상관없다.) 글들이 존재하는데 나는 그 글들을 저만치 바라만보고, 말을 걸지 않고 않았다. 3을 기다리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