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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라라라 Nov 13. 2020

집을 갖기 위한 머나먼 여정

집값과 정부의 대책에 관하여

 서울에 회사를 다니는 친구가 있다. 친구가 하는 말이 서울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모여서 밥만 먹으면 항상 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지방 광역시에 있는 나에게도 회식 때 집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집값을 잡겠다고 난리인데도 주변에서는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만 들린다. 


 언뜻 보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부동산 고강도 규제를 하는데 왜 이리 집값은 올라가는 걸까? 뉴스만 보면 복잡해 보이는 부동산 문제지만 단순하게 풀 수도 있다. 집값이 올라가는 이유는 뭘까?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집값을 떨어뜨리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바로 그 지역에 공급을 많이 늘리면 된다.

하지만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수요가 많아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면 투기과열지구로 선정된다. 투기과열지구에 공급되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거나 전매 제한이 생길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의 목적은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급업체가 공급을 줄이는 사태가 벌어진다.  


https://www.hankyung.com/realestate/article/2003042244398


그렇다면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많이 올랐으니 사람들의 수요가 많이 줄어서 균형을 맞추지 않았을까? 전혀 아니다. '영끌', '빛투' 이런 신조어만 봐도 대략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공급이 줄고, 수요가 일정하면 어떻게 될까? 다 알겠지만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를 것이다. 2017년 8·2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는 27곳이 지정됐지만 2020년 6·17 대책에서 48개로 늘어났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3년 사이에 투기과열지구가 2배가 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https://www.mk.co.kr/news/realestate/view/2020/10/1012327/


 그렇다면 정부에서는 이렇게 집값 잡겠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왜 더 빚을 내어 집을 구입하려고 할까? 당연히 모두가 집값이 잡히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즉 정책이 잘못되었다는것을 모두가 안다. 심지어는 다주택 고위 공무원들조차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 있는 집을 팔지 않는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집을 안 파는 바보도 있을까? 말 그대로 사장이 집값 잡겠다는 쑈를 하는데, 직원들 조차 믿지 않는 것이다. 

 

 지금 집값이 올라가면 누가 좋을까? 당연히 현재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란 이미 사회에 진출하여 있는 중장년층일 가능성이 크다. 즉 사회는 크게 집을 가지고 있는 중장년층과 집이 없는 쳥년층으로 분열된다. 그리고 전 청와대 고위 간부의 책에 쓰여있는 대로 집이 없는 청년층은 '진보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http://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98015

 

 문제는 당연히 집값이 이렇게 영원히 단기간에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오르면 지금 15억 하는 서울 아파트가 3년 뒤에는 22억, 6년 뒤에는 28억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 우리나라가 미쳐 돌아가지 않는 이상 출산율 0.8을 찍는 나라에서 절대 불가능하다. 즉 일시적인 버블이 꺼지면 한국판 잃어버린 20년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은 손실을 더 크게 느낀다. 중장년층은 떨어지는 집값에 의욕을 잃고 청년층은 어차피 집이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도 더 초식남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당장 집이 필요하면 사는 게 맞다. 하지만 정부의 암묵적인 지지하에 벌어지는 중장년층의 청년층에게 빚 떠넘기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적어도 지금 영끌하는 세대들이 집을 살 때, 혹은 나중에 사두었던 집값이 떨어질 때 이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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