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 육아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태동을 느끼는 것이 좋았다.
처음 아이가 생기고 아랫배가 좀 단단해지는 느낌이 지나면 희미하게 움직임이 느껴진다. '배가 안 나왔는데 벌써 태동이라고?' 이게 그냥 내 뱃속 움직임인지, 태동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그 처음이 있다.
하루하루, 정말 매일같이 달라지는 몸의 변화가 신기하고, 확실해지는 아이의 움직임이 놀랍다.
아이가 커지면 둥근 배가 휘청이도록 움직이는 게 보이는데, 아이 아빠도 배에 손을 대고 느낄 수는 있지만, 내 뱃속에서 움직이는 아이의 미세하고도 힘찬 움직임은 오롯이 아이와 엄마만의 교감이어서 난 특별했던 것 같다.
둘째가 생기면 그 태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주는 무지는 대단하다.
임신 중에는 태동만 있는 게 아닌데... 아이가 커지며 내 장기는 눌려 소화가 안 되고, 숨을 쉬어도 계속 숨이 찬 듯 답답했다. 입덧도 심해서 과일만 먹었었는데.. (그런 것들은 희미해진 거니..)
둘째는 딸이라도 태동이 워낙 힘찼다. 힘의 세기는 첫 아이와 비슷한 것 같은데 더 자주, 시도 때도 없이, 꾸준히 움직였다. 조산기가 있음에도 그렇게 힘차게 잘 움직이니 고맙기는 한데, 내가 먹거나 걷거나 자거나.. 아이는 계속 움직이니 멀미처럼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이제는.. 충분하다..' 태동.. 충분히 느꼈다고...(항복)
그만큼 움직임이 많고 활발한 딸내미가 태어났다.
둘째가 생겼을 때 나는 내심 아들이길 바랐다. 첫째가 아들이니, 아들끼리 잘 놀 것 같아서였다.
자매 있는 집은 어떻고, 형제 있는 집은 어떻고.. 주워들은 얘기들로 그저 든 생각이지만, 둘째가 딸인걸 알게 된 후로는 생소한 감정이 생겼다. 아들보다 좀 조심스럽지만 더 아기자기한 설렘이 있었다.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더 그랬다. 예쁜 원피스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고, 옷가게의 헹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통째로 우리 집에 갖다 놓고 싶었다. 어쩜 그렇게 예쁜 것들이 많은지. 리본, 레이스, 핑크, 장식이 반짝반짝.. 예쁜 뜨개실을 고를 때처럼 마음이 설레고 '딸 키우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 알게 됐다.
하지만 또 왜 이리 비싼 건지. 마음처럼 다 사주지 못하는 씁쓸함과 아쉬움에 손이 꼼지락거렸다.
'그냥 내가 만들어볼까..' 예쁜 옷들을 보며 비슷하게 따라 해보고, 물론 풀고 다시 뜨기를 수차례 반복했지만, 그 덕에 실력은 조금씩 늘어갔고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뜨는 것도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