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고 다행이고 짠하고 안쓰럽고 애틋하고 휑한..

뜨개 육아

by 하루


왜 잠든 아이는 그토록 감성을 끌어내는 마력이 있는 걸까?


하루 종일 여기저기 뒤집고 엎고 흘리고 소리 지르며 나의 인내심을 바닥 내도 잠든 모습은 동글동글 토실토실 뽀얀 피부와 하트모양 입술, 오밀조밀 올망졸망 참 예쁘다.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닌 일로 혼내고 울게 했던 게 후회되고 '그러지 말 걸.. 이 작은 아이에게 나는 뭘 하고 있는 건가..' 잠든 아이가 내게 모성애를 충전시키는 마법을 거는 것 같다.


잠 든 아이.png



아이를 보면 감사하고 다행이고 짠하고 안쓰럽고 애틋하고.. 휑하다..

자식은 이렇게 복잡 미묘한가 보다.

그저 사랑한다는 한마디로는 그 감정을 담을 수가 없는데, '사랑한다'는 말 자체가 그 모든 감정과 의미를 다 담은 것이라면 그 한마디를 더욱 깊게 아이에게 할 것이다.


얼마나 키웠다고 벌써,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의 모습에서 어제의 아이가 그립다.

지금의 모습이 과거의 추억이 되는 게 슬프기도 하고 너무 허전하다.





봄이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느낄 새가 없었다. 꽃잎이 날리면 아이에게 예쁜 꽃잎을 보여주고, 찬바람이 불면 두꺼운 아이 옷을 준비했다. 나도 엄마라고 현실감 없는 모성은 조금씩 자라 어느새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를 위해 살고 있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는 익숙해졌지만 우리의 시간이 돌아오는 것은 늘 마음이 무거웠다. 신랑이 출근하며 현관문이 닫히면 나도 아이와 함께 갇히는 듯 쿵— 하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몸이 고되니 마음도 힘들어지고 짜증도 늘어 아이에게 하지 말라는 것들이 많아졌다. 아이는 꾸준히 반복하고 나의 잔소리도 반복재생되는 매일의 상황이 나 스스로도 안타까웠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하지 말라고 했지

안돼



TV 속, '왜 저러지..' 싶었던 부모들의 모습이 오늘의 나다.

하루 종일 함께하며 사랑의 표현보다는 하지 말라는 말이 늘어가고, 화도 내고 소리도 지르고...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싶고, 아이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싶은데, 자는 아이 곁에서만 그렇게 반성을 하고 감성적이 된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를 안아주며 온화한 미소를 짓지만 또다시 반복되는 현실육아는 찰랑거리는 나의 화에 발장구를 치듯 예열시간 없이 터진다.

'나는 왜 이럴까..' 아까는 아이가 예뻐 그렇게 그렁그렁하며 후회를 해놓고 다시 찡그린 얼굴로 고래고래 하는 나의 모습에 감정의 혼란과 깊은 한숨뿐이었다.


내가 자라면서 들어왔던 나를 할퀴던 말이 나도 모르게 반사적인 것처럼 아이에게 향할 때는 '아차' 싶고,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국민육아멘토' 이신 오은영 박사님의 책도 찾아 읽고, 강연 영상도 보며 변화의 의지를 다졌다. 어느 강연에서 들었는지 '내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꿋꿋이 느껴야 한다.'는 말이 큰 깨달음으로 내게 남았다.

부모니까 아이를 사랑한다는 건 당연한 게 아니었다. 아이가 크듯 부모도 부모가 되어간다.

고단한 육체와 불편한 현실, 널 뛰는 감정들에서 아이를 향한 사랑을 꿋꿋이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어린아이의 얼굴은 매일매일 달라진다. 어릴 때 가장 빠른 성장을 하는 이유에서인지, 자고 나면 달라지는 게 눈에 보였다. 제 역할에 충실하여 아이는 빠르게 컸고 어린이집도 가고, 생각과 어휘력도 늘었다.



어느 날, 점심으로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주고 후식으로 큼지막한 사과대추를 먹기 편하게 껍질을 벗기고 씨를 빼서 아이에게 주었다. 아이가 오물오물 먹다가 조금 뱉어 냈는데,


"이— 씨 뺐어— "


"씨? 그거 엄마가 씨 빼서 준거야— 그니까 그냥 먹어도 돼— 씨 없어— "


아이가 입을 벌리고 씩 웃는다. 입 속에 대추가 가득하다.



"엄마 고마워어— "


"^^ 고맙다고 해줘서 엄마도 고마워 ♡ "



너무 이뻐서 울컥할 뻔했다.




나의 한 걸음에 아이는 성큼성큼 열 걸음을 달려온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화를 냈다가, 울컥하며 아이를 안았다가.. '나 괜찮은 건가..' 싶지만, 좋은 울림이든 힘든 스트레스든 그 모든 두드림으로 깊어지는 중이리라.

가슴 벅차게 감사한 하루하루와 나날이 커가는 모습이 벌써 아쉬운 내 삶의 귀한 시간이다.


여름모자.jpeg 여름 모자를 쓰고 동물원 구경 간 날






이전 02화나는 어떤 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