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등에 기대어

뜨개 육아

by 하루


요령 없이 잘하고 싶었다. 덮어 놓는 마음 없이, 미뤄 놓는 시간 없이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부지런히 아이를 안고 다녔는데 30대에 오십견이 왔다. 병원 진단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 팔이 올라가지 않아 옷을 혼자 입지도 못하고 결국 또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귀에서 앵앵 모기 소리가 들리고 소리에 많이 예민해졌다. 집에 돌고래 두 마리가 있어서 고음에 취약해졌나 보다. 가끔 어지럽기도 했는데 병원에서는 피곤하고 잠을 잘 못 자면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대부분 그렇지 않나..) 약을 처방받았지만 증상이 금세 나아지지는 않았다.



작은 아이와 놀아주다가 어지럽고 기운이 없어 서있는 아이를 뒤로 안으며 작은 등에 기대어 보았다. 그 작은 등에라도 기대 힘을 내야 했는데, 내 머리만 한 작은 등이 보들보들 따뜻하고 포근해서 꽤나 좋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힘들어서 놀아주지도 못했지만 큰 아이는 눈치가 늘어 엄마 힘드냐고.. 내 컨디션이 안 좋은 걸 알고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었다. 예쁜 아들.



큰 아이 생일 때 어린이집 원장님이 나에게 수고하셨다며 여행을 가라고 하셨는데,

"보내줘야 가죠;; 저는 후보선수가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열심히 살지.. '내 역할이 중요하다. 내가 아프면 안 돼..'

나를 달래며 답답한 마음으로 자주 창가에 앉아 밖을 보았다.

참 행복한 시간들인데 너무 힘들다.. 숨을 쉬고 싶었다.






둘째가 일찍 잠들고 큰 아이를 재우는데 엄마와 둘만의 시간에 기분이 좋았는지 한참 동안 재잘재잘.

웃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사랑한다고도 몇 번씩 얘기해 줬다.

그러다가



엄마, 저번에 동생 생기고 병원에 있을 때,

민이 보고 엉엉 울었지


으응 엄마가 민이 많이 보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보고 반가워서 울었었지


그때 엄마 병원에 있을 때

민이가 늦게 가서.. 미아안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났을까..

그때 기억이 계속 남아서 그랬을까..

또 눈물이 날뻔했다.


요즘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아들.

하늘만큼 우주만큼 토마토만큼 티비만큼..

그렇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이가

그만큼 사랑이 고픈가 싶어서 더 짠하다.


두 아이 뒷모습.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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