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 따뜻해"

뜨개 육아

by 하루


아이는 잠들기 전에도 재잘재잘 할 말이 많다. 낮 동안에는 엄마가 다른 일을 하며 건성으로 끄덕였는데 잠자리에서는 옆에 딱 붙어 이야기를 들어주니 말하는 재미도 있겠지. 두 아이가 양 옆으로 꽈배기처럼 엄마 팔 한 짝씩 감싸 안고 각자의 세상을 줄줄이 풀어놓는다.


"한 사람씩 얘기하자— "


'내가 더 얘기하고 싶은데..' 순서가 오기까지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고역을 이겨내고 이윽고 얻은 차례를 넘겨줄 수 없어 마침 없이 말을 이어간다. 둘만의 치열한 경쟁사회이다.


평소에 하지 않던 친구와 있었던 일도 이야기하고, 지난번 여행이 좋아서 또 가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고, 잔뜩 F감성이 되어서는 엄마 손에 강아지처럼 비벼대고 쪽쪽쪽 사랑을 담뿍 묻힌다.


아, 엄마 손 따뜻해


난 따뜻한 기분이 좋아


엄마 손이 닿으면 슈욱— 따뜻하고, 뭔가 피가 더 잘 도는 거 같아



사랑이 넘치는 잠자리이다. 나도 너무 좋다.

그러나 한 시간이 넘어가면 사랑으로 물들었던 나의 T기질과 피로가 "이제 그만, 제발.... 자자."





아이들을 재우다 보면 내가 먼저 졸리다.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만 하릴없이 내려오는 눈꺼풀을 버틸 재간이 없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가 먼저 잠들면 깜깜한 밤이 무서워 잠들지 못하기에 나는 아이가 잠들 때까지 버텨내야만 한다. 그래서 자장가를 틀어놓고 뜨개질을 했다.


책을 읽어줘도 내가 졸리고, 자장자장 노래를 불러줘도 내가 먼저 졸리운데 뜨개질을 하다 보면 두 아이는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그제야 생긴 마음의 여유로 밀린 드라마를 재생하고 최저 음량과 자막에 의지해 나만의 휴식을 찾았다. 그게 무슨 휴식일까. 겹겹이 쌓인 피로라면 나 역시 아이들과 여덟, 아홉 시간은 자야 할 텐데 하루 종일 없었던 나만의 시간은 놓지 않으려 붙들었던 정신의 쉬는 시간이었다.





결혼 전 나는 수족냉증이 있었다. 늘 손발이 차가웠고 잔병치레가 잦아 병약해 보였던 내게 지인이 얘기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체질이 바뀌어서 더 건강해지기도 한다더라.'

에휴.. 신빙성 없는 민간요법 같은 소리라 그냥 그러려니 했다.

헌데 신기하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손은 따뜻해졌다. 시간의 지혜도 더해져 젊은 날처럼 추위에 손을 내놓지도 않고, 미리 장갑과 목도리를 챙기고, 손이 트기 전에 로션도 잘 챙겨 바른다.


'예쁜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아이에게 생채기라도 낼까 봐 액세서리도 안 하고, 업고 안고 쭈그리고 하느라 편한 바지만 입고, 긴 머리를 감고 말리기도 고단해서 짤뚱하게 잘랐더니 나도 보통의 아줌마다.


허나 생김은 부족해도 엄마의 부드러움, 향기, 따뜻함 같은 것들이 엄마를 떠올리는 좋은 느낌이 되기를 바라며 깨끗한 옷을 입고, 좋은 향의 로션을 바르고, 따뜻함을 유지하려 한다.



엄마의 따뜻한 손이 피를 잘 돌게 한다니

나를 가꾸는 것이 아이의 몸과 마음 또한 가꾸는 것임을 아이가 알려준다.


핑크조끼.jpg 나를 위한 솜사탕 같은 조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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