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너는 나의 짝꿍

팔불출 아내의 내편 자랑

by 하루


중학생 때였는지 고등학생 때였는지 모를 정도로 가물가물한 기억이다. 다만 그날의 상황과 그때의 감정들이 장면 장면 떠오른다. 내 친구인데 알고 보니 그 애와도 아는 교집합 친구가 있었다. 아파서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쩌다가 그 애와 함께 병문안을 가게 되었던 날, 빈손으로 가면 안 된다는 건 알아서 뭐라도 사 가려고 병원 안에 있는 작은 가게에 들렀었다. 학생의 가벼운 주머니를 열어 간단한 주전부리를 담아 계산하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남매인가?" 하시는 거다.


"얘랑 저랑요? 남매요?"

"아, 아니에요. 친구예요."

"어어 닮아서 난 또 남맨 줄 알았지."


전혀 다르게 생겼는데? 닮은 구석이 없는데?? 가게를 나오며 너무나 어이없고, 이상하고, 믿어지지 않아서 그 애에게 물었다. "우리가 닮았나? 전혀 아닌데?"

"그냥, 어려 보이니까 남자친구, 여자친구 물어보기는 그래서. 남매냐고 하신 거겠지."

"에?? 무슨 소리야. 에이." 어색 어색..




그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아있는 건 아마도 좋아서였을 것이다.

실제로 우린 닮지 않았다. 나는 동글동글했고, 그 애는 날렵하고 부리부리했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결혼해서 살고 있는 지금까지도 닮았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러니 가게 아주머니의 '남매 아니냐'는 말은 정말 얼토당토않은 얘기였다. 그렇게 닮은 구석 없는 우리를 닮았다고 하는 그 말이 가벼운 거짓일지라도 괜스레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당시의 나는 당황스럽고 웃기고 민망하고 뻘쭘하고 뭔가 어색한.. 그런 감정들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그랬구나' 알아지는 것이지, 그때는 내가 어떤 감정인지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초등 시절의 소년과 소녀로 만나 그냥 같은 학교 다니는 애에서 같은 반 애, 좀 관심이 가는 애에서 자꾸 생각나는 애, 연인으로 서로를 웃게 하다가 타인이 되어 서로의 슬픔이 되었다가, 영혼의 단짝임을 깨닫고 결혼하고 가족을 이루기까지. 오랜 시간이 우리에게 녹아있지만 단지 그 시간으로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해도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싶을 때가 있는데, 나는 이 사람이 '나와 맞는 짝이구나..' 느껴졌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처럼, '소울메이트'라는 말처럼, 꼭 맞는 퍼즐 조각처럼. 그게 없었다면 헤어질 위기에 우린 서로를 붙들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의 모든 것도 없었겠지.



그때 우린 그런 얘기를 나눴었다.

우리가 헤어지고 다른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면.. 행복할까?

그렇게 살면서도 문득문득 서로가 생각나고, 함께 살고 있는 그 누군가도, 모두 불행하지 않을까?

나는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우울하고 불행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우리가 그때 헤어져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주변 모두에게 민폐였을 것이다. 나에게 맞는 짝이란 참으로 상대적이기에 나의 '짝'을 만났다는 것은 생애 큰 축복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맞는 가장 좋은 짝이었다.

같은 동네에서 자라 그 길 구석구석에 뭐가 있었는지 척하면 척이고, 학교 앞 분식집에서 인기가 많던 피카추 돈가스, 학교에서 유명하던 노는 아이들, 그 시절 오락실을 들썩이게 했던 펌프, 유행했던 개그들,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던 레퍼토리. 콩떡이라 얘기해도 찰떡이라고 알아들을 수 있는 층층이 쌓인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만큼 모습이 변하고 생이 고단해도 여전히 서로의 옆이 좋은 영혼의 단짝.





그때도 난 당신이 좋았던 것 같아.

처음 보는 가게 아주머니가 남매냐고 물었을 때

당신이 나보다 앞서 계단을 올랐을 때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줬을 때

'안녕'이라 인사하고 구불한 골목길로 사라졌던. 그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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