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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그루 Mar 25. 2023

성공은 왜 의무가 되어야 할까

그랜트 카돈 <10배의 법칙>

작년부터 시작한 독서모임 덕분에 한 달에 한 권 이상은 책을 읽고 있다. 물론 그 한 권마저 다 읽지 못한 채 독서모임에 가는 날도 많지만.


나는 책을 읽을 때 꽤 별난 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저자와 싸운다는 심정으로 읽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요 근래 읽은 책들에서 '성공'에 대한 각기 다른 관점들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꽤나 팔랑귀여서, 처음에는 저자의 말에 '아닌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로 시작해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게 된다.


이번 책 <10배의 법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직 고작 절반 정도 읽었을 뿐)


이전에 읽은 책 <에고라는 적> 덕분에 내가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성공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은 내 잘못된 '에고'가 발동된 것이구나 깨닫게 되었다. 책을 내야 한다고? 컨설팅을 해야 한다고? 그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표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욕심을 버리고 실행도 멈췄다.


<10배의 법칙>은 연말에 오은환 스승님께서 추천해주신 덕분에 사두었다가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곧 덮었던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다시 집어들었고, 역시나 그 뻔한 이야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밑줄을 긋고 책 귀퉁이를 접으며 새벽까지 저자의 세계관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랜트 카돈은 마약중독자로 지냈을 정도로 '실패'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한국기준 조만장자라고 하는데 그의 압도적인 성공의 비결을 '10배의 목표와 10배의 행동'이라고 단언한다.


당신이 정한 목표가 있다면 그 보다 10배 더 큰 목표를 잡고, 원래 하려고 했던 행동의 10배는 더 많은 행동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평범한 기준도 아니고 단지 경제적인 성공만 말하는 것도 아니다.


가정, 영적, 개인적인 성취, 공동체 등 모든 영역에서의 성공이며 '압도적인' 성공을 말한단다.


너무나 무서운 말을 너무나 자주 반복해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지금 나의 목표는 무엇일까? 지금 나에게 성공이란 무엇일까? 나는 왜 성공을 해야 할까?


저자는 말한다. 성공은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닌 의무라고. 성공은 의무이자 사명이자 책임이라고 한다. 윤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 하고 실패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이 와닿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를 돌아봤다. 내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를.


가장 먼저 부모님 생각이 났다. 우리 집은 내가 어렸을 때 정말 가난했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고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어서 친구들이 놀러오면 늘 난감했다. 부모님은 가난했지만 우리 남매를 목숨걸고 키웠다.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부모님은 이 시골에서 말도 안 되는 생고생을 하셨다. 새끼들이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을텐데.


진도에 내려와 진도농부의 '바지사장'이 되면서 사실 참 많이 괴로웠다. 정신적으로 괴로웠다.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이 나에게 부담이 되었다. 내가 원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터질듯한 심정이 부모님에 대한 미움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성공이 의무이자 사명이자 책임이 되어야 한다'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깨달았다. 죄책감, 부담감이 아니라 책임감이었음을. 착한 나는 효녀라서 우리 부모님이 나 때문에 그 고생을 한 것을 깨달아버렸고, 나를 키우다 시커멓게 거름이 된 발 밑에 꽃을 피워드리고 싶었다.




우리 가족은 매년, 매달, 매주, 어쩌면 거의 매일 가족회의를 한다. 올해, 이번 달, 이번 주, 오늘의 목표와 계획들에 대해서 나눈다.


올해는 고춧가루 5,000근, 절임배추 5,000박스를 판매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지금 우리 상황에서 어떻게 5,000박스를 만들어. 그건 너무 무리야. 하지만 아빠는 늘 그렇듯 참으로 암담한 표정으로 제발 크게 좀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빠 생각이 났다. 가난한 우리 아빠가 말했을 때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내가 조만장자의 말에 끄덕거리고 있다.


오천근, 오천박스가 아니라 오만근, 십만근을 목표로 움직이자. 농사가 아니라 압도적인 성공을 위해 '질적인 확장'을 하자. 끊임없이 생각하고 끊임없이 행동하자. 왜냐하면 나는 성공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을 고생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 그리고 언젠가 생길 나의 또 다른 가족들 역시 행복하게 지키는 것. 그것이 내가 태어난 이유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마저 책을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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