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는 매년 두 세권씩은 사는 것 같은데, 하나를 다 쓰기도 전에 질리고 마는 내 성질머리때문이다. 그럼에도 몇 해동안 꾸준히 써왔던 '메인 다이어리'가 있는데, 올해는 간만에 돌고 돌아 그 다이어리를 구매하게 되었다.
윈키아 플래너는 책만큼 두툼한 다이어리의 앞부분 20% 정도가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로 채워져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만들고 그 삶을 살기 위해서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리하도록 돕는다.
많은 사람들의 새해 목표 리스트를 채우는 것은 대부분 비슷한 것 같다. 금연, 운동, 독서, 영어공부. 연애나 결혼도 포함.
나도 비슷하게 운동과 독서의 영역을 넣었다. 다만, 구체적인 습관들 그리고 이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적었다.
얼마 전, 강연에서 박종윤쌤이 그러셨다.
많은 사람들이 일과에 치여 일을 하지 못 한다고.
나 역시,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인정할 만큼 일을 하느라 바빠서 늘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돌아보면 정작 '일'을 해낸 것이 아니라 '일과'를 겨우겨우 쳐내며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2025년 새 윈키아플래너에 적은 내용들은 아래와 같다.
1) 눈뜨자마자 모닝페이지 적기 - 나는 잠자는 구역이 많은 만큼, 출퇴근 할 때 노트와 펜을 늘 구비해서 다니기
2) 출근하자마자 영양제 챙겨먹기 - 다시 말하면 쉬는 날(?)에도 사무실 출근은 하자는 것.
3) 영양제를 먹자마자 선크림 바르기 - 영양제 먹기와 선크림 바르기를 루틴으로 묶었다.
4) 저녁 8시가 되면 컴퓨터를 끄고 퇴근하기 - 반복되는 단순업무는 각잡고 해치울 수 있는데, 핸드폰 보랴 고양이 보랴 찔끔찔끔하다가 결국 밤을 새기 일수였다. 8시가 되면 컴퓨터를 꺼버릴 것이기 때문에, 일이 많으면 그 전까지 어떻게든 쳐내야 하고, 못하면 다음 날 새벽에 일찍 일어나 시작해야 한다.
5) 밤 9시 30분에 이부자리에서 책읽기 - 자기 전에 핸드폰(쇼츠, 릴스)을 보느라 매일 두세시간이 도둑놈에게 잡혀가듯 소멸되어버렸다. 두세시간 책을 읽겠다고 다짐하면 그렇게 어려운데 말이다. 딱 20분만 매일 읽어보자고 다짐했다.
6) 밤 11시에 핸드폰 집어던지고 눕기 - 일찍 누워야 일찍 잠들고, 일찍 잠들어야 일찍 일어날 수 있다. 당연한 사실인데 2024년의 대부분은 핸드폰을 끼적끼적 보다가 1~2시가 훌쩍 넘어 잠들때가 많았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내 몸에도, 정신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7) 매주 토요일 저녁, '카페여름밤'에서 책 1권 독서리뷰 브런치에 올리기-1년에 100권의 책을 읽을 수는 없지만, 50권의 책은 읽어보자고 다짐했다. 한 번에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하고, 읽을 때 제대로 읽어야 하기 때문에 다 읽고 나서 내 스타일대로 소화한 후에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제발 한 번에 한 권의 책만 좀 제대로 읽어보자, 그루루야.
정말 신기하게도 2025년부터 실천해야지~ 하며 채운 내용들인데, 거짓말처럼 11시에 잠들었고 저녁 8시가 되기 5분 전에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왠지 가볍지만 가득 찬 마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그 밖에 나의 2024년을 회고하며 느낀 점은 정말 정말 정말 운동하지 않았다는 것. 30대가 되면서 운동은 꾸준히 해왔던 덕에 체력도, 자신감도 넘쳤었는데. 운동을 끊으면서부터 다시 만성감기와 두통이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 성격도 더 예민해져서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고 나도 많이 받는다.
역시 운동은 돈으로 하는 게 맞아. 나는 운동 의지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절임배추가 끝나는대로 진도읍내의 헬스장에 PT 등록을 하러 갈 것이다. (극 N인 나는 아, 헬스장 갈 때 뭐 입지? 전용양말을 사야 하나? 뭘 입어도 뱃살이 딱 붙을텐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