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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뚝딱 Jun 05. 2022

영국에서 보았던 대극장 뮤지컬들 후기

보고싶을때 언제든 뮤지컬을 볼 수 있는 나라, 영국


  굵직한 전시와 공연이 1년 내내 끊이지 않는 문화강국 영국에서는 뮤지컬이 보고싶을 때 언제든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다.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도 노래를 들으면 바로 알법한 유명뮤지컬들이 매일매일 공연 중이다. 특히 영국은 한국과 달리 티켓 가격이 굉장히 저렴한 편인데(1층좌석,2층 맨앞자리를 미리 사이트에서 예매하면 물론 비싸지만), 데이시트라는 아주 좋은 예매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일찍 뮤지컬 데이시트표를 파는 매표소에 가서 줄을 서 있다가 15파운드정도에(약 22000원) 표를 사면 되는데, 중간중간에 한두자리 남는좌석을 이 표를 산 사람들로 채우는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공연장에 가면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사람들이 뮤지컬을 마치 영화보듯이 보러온다. 물론 한국에서도 다양한 뮤지컬들이 항시 공연 중이긴 하지만, 대중성있고 규모가 큰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미제라블같은 작품들을 보려면 몇 년의 기약없는 기다림끝에 훨씬 더 비싼값의 티켓을 구매하고 봐야한다. 이 때문에 나는 한국에선 뮤지컬이란 장르를 뮤지컬영화로 먼저 접했고,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쯤 런던에 여행갔을 때 난생 처음으로 직접 티켓을 사서 관람했다. 이후로 음악과 서사를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뮤지컬에 빠져, 영국살이 하던 시절에 종종 보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레미제라블을 볼 수 있는 Queen's Theatre


2014년 난생 처음 런던에서 레미제라블을 봤을때, One day more를 들으며 정말 감동받았고 배우들의 열정에 감탄했었다. 프랑스인도 아닌데 노래를 들을때 벅차오르는 감정이 생겼고, 그때의 기억때문인지 아직까지도 내 마음 속 1등 뮤지컬은 레미제라블이다�� 


레미제라블의 작품배경이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19세기의 프랑스인데 슬프게도 뮤지컬속 혁명은 실패로 끝난다. 사실 레미제라블은 우리에겐 빵을 훔친 죄수번호 24601 장발장으로 더 유명한 작품이지만, 뮤지컬은 무전유죄라는 주제를 다루기보단 당시 프랑스 상황과 등장인물들 간 슬픈서사가 주를 이룬다. 시각적인 즐거움보단 프랑스의 역사적인 사건을 웅장하고 감동적인 노래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뮤지컬이었다.






메리 포핀스 Marry Poppins


Prince Edward Theatre


메리 포핀스라는 작품은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메리포핀스 리턴스,2018> 라는 영화로 처음 접했는데 동화같은 스토리와 연출로 너무 재밌게 봤었다. 영화 속 메리 포핀스가 우산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이나 마법부리는 장면을 어떻게 연출할까 궁금했는데 여러가지 무대장치들을 동원해 그대로 재현해주셨다. 특히, 굴뚝청소부가 거꾸로 매달려 춤을 추는 장면은 좋은 의미로 충격받았다. 뮤지컬 보는 내내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고 행복했다. 뮤지컬이 영화보디 훨씬 재미있으니, 영국가면 꼭 보는걸 추천한다.


Prince Edward Theatre 는 다른 뮤지컬 극장에 비해선 시설이 낡지않고 좌석 간 간격도 넓은편이었다. 이 날 친구랑 L열29,30번 자리 티켓을 구매했었는데 앞자리가 많이 비었었는지, 직원이 우리를 1층 가운데 자리로 바꿔주셨다. 이렇게 영국에서는 뒷자리를 예매했어도 운이 좋으면 앞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오페라의 유령 Phantom of the Opera

Her majesty's theatre�


레미제라블과 메리포핀스만큼 정말 재밌게봤던 뮤지컬 중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마스크로 얼굴을 반쪽 가리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과 'The Phantom of the Opera' 의 전주음악은 다 알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처음에 동생이랑 같이 보고 나는 따로 한번 더 봤는데, 크리스틴의 노래는 몇번을 들어도 계속 소름이 끼쳤다. 사람한테서 저런 소리도 나올 수가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면서 봤다. 무대장치도 화려해서 시각적인 즐거움도 있었고, 역할때문인지 오페라의 유령역을 맡은 배우의 존재감이 상당하다고 느꼈다. 한가지 아쉬웠던건 오페라의 유령을 볼 수 있는 Her majesty's theatre가 매우 낡고 좌석 간 간격이 좁다는 점이다. 체감상 저가항공 이코노미석 정도의 좌석 간격이었고, 안쪽에 앉은 사람이 한명이라도 일어나서 나가려면 그 줄에 앉은 사람은 전부 벌떡 일어나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어서 지나가라는 표정을 짓는 영국인들 보면서 삶의 여유로움이 겉으로 묻어나온다는게 이런건가 싶었다. 






위키드 Wicked

Apollo Victoria Theatre


우리나라에선 옥주현씨 덕분에 더욱 유명해진 뮤지컬인 위키드. 사람들이 실제로도 영국여행가면 많이 보러가고 평이 워낙 좋아서 기대하고 보기 시작했으나 초장에 잠들었다.. 동화책속에서 나쁘게만 그려지는 초록마녀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인데 주인공인 엘파바가 Gravity 부를때만 눈이 번쩍 뜨였다가 나머지는 공연이 어떻게 흘러간건지 기억이 나지않는다. 보통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나 공연은, 관람 전에 책을 먼저 읽고 가는데 위키드는 책이 지루해서 읽다 말은 기억이 있다. 브로드웨이에서도 크게 흥행한 작품일정도로 재미있는 뮤지컬이라는데 한국공연 혹시 볼 기회있으면 끝까지 집중해서 보고싶다.






라이온킹 The Lion King

Lyceum Theatre


아직까지도 고평가되는 애니메이션인 디즈니 라이온킹도 이제 뮤지컬로 볼 수 있다. 라이온킹이 인생뮤지컬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기대를 하고 봤는데, 2D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준치가 너무 높았어서 그랬는지 그냥그랬다. 자주와 티몬,품바는 배우가 인형으로 연기를 하고 심바나 라피키는 직접 분장을 한 채로 공연을 한다. 동물들의 제스쳐를 리얼하게 연기하는 모습은 좋았는데 내 기준에선 너무 인형극같았고 특히, 인형탈 티몬과 자주는 너무 몰입이 안됐다. 애니메이션이 역대급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머릿속으로 더 비교를 했던 것 같다. 그치만 화려하고 생동감있는 2D 장면을 현실로 옮겨온 건 정말 대단하고 생각한다.





전공수업들을 때마다 '고급예술의 대중화' 라는 개념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영국인들의 문화생활을 직접 보면 서 많이 와닿았다. 뮤지컬 공연을 보러 온다고해서 한껏 차려입고 오는것도 아니고 다들 가족끼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공연을 즐기고 돌아간다. 영국이 아직도 계급사회라서 상류층 억양이 따로 있고 상류층 자제 배우에게만 좋은배역을 준다고 들었는데, 평소 생활할때 보면 허물없어 보이는 희안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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