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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포근한 영화 'PERFECT DAYS'

그리고 '고슴도치의 우아함'

by 오연


영화 시작하면서 나오는 크레딧을 통해 빔 벤더스 감독이 참여한 영화인줄 처음 알게 되었다.


음악이 영화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는데, 내가 19~20살 즈음에 종종 들었던 노래들로 채워져 있었다.


지겨운 친구들을 뜻밖에 만난 기분.


조금 일본식 표현으로,

'어쨌든, NOSTALGIA IN MY HEAD'


예전에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니 가사가 더욱 깊숙이 다가오는 것 같다. 그 당시에는 그저 귓가에 가볍게 맴도는 정도의 멜로디가 이제는 노랫말과 함께 내 머릿속 가슴속까지 손을 집어넣고 휘젓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나의 단순한 삶을 투영하는 듯 공감을 자아냈다.


그리고 젠(zen)과 와비사비.


빔 벤더스가 그러한 일본 문화를 좋아한다고 한다. 뮈리엘 바르베리도 '고슴도치의 우아함'에서 그러한 일본 문화에 관한 동경과 박식함을 풀어냈다.



'퍼펙트 데이즈'와 '고슴도치의 우아함'이 담고 있는 메시지에 닮은 부분이 있다고 느껴졌다.


노이로제성 야망가들의 외면적 성공에 대한 갈망.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과시적 성공에 대한 강박.


성공이 아니면 패배자로 치부하는 인간들과 그렇게 가스라이팅하며 내모는 사회적 분위기.


인생을 과정으로 즐기지 못하고 단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만 하는 사람들.


이상, 꿈, 영광. 환상을 잡으려 하지만 속으로 스트레스가 쌓여갈 뿐이다.


'뭔가 이상한데'싶지만 다들 그러고 있으니 눈치 보느라 빠져나오지를 못한다.








"루져들의 세계보다는 정상적인 세계에 머물기로 했다."


달린다.


"일을 안 하는 부자를 위해 일을 하는 부조리라는둥, 그런 나약한 얘들 같은 소리 집어치워라. 난 이해할 수 없으니."


더 빨리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여기까지 와버렸는데 어차피 대열에서 빠지는 건 이미 늦었다. 너무 많이 와버렸다. 그리고 그러면 낙오되는 거잖은가? 손가락질 받을 수는 없다. 아무튼 언제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때가 되면 돈 걱정 없이 펑펑 쓰고 싶다."


정신머리 멱살 잡듯 부여잡고,


이를 악물고,


더 열심히 살기로 선택했다.


"곧 닿을 것만 같다."









하여간 인관관계가 참 어렵습니다.

영화에서 적당한 거리의 관계 유지가 가능한 사이로는 단골 가게 사람들과 학생 또래의 조카, 말을 섞지 않고 눈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그리고 죽음을 앞둔 이, 정도인가요?


그 외의 경우는 예고도 없이 깨지듯 소리 나는 크래쉬 심벌처럼 고요한 평화를 깨트리고 시끄럽게 하는 이벤트로 묘사됩니다.


피할 수는 없는 거죠. 어쩔 수가 없는.

계속 완벽할 수는 없나 봅니다.

그게 완벽한 걸까요?


Perfect days.


오랜만에 또 참 좋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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