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3/6)
전편에서는 AI 시대의 교육에 있어서 먼저 조심하여야 할 부분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AI를 사람이 활용하는 일종의 도구라는 대상으로 놓고 보았을 때, 아이들이 AI를 도구로 잘 활용하기 위한 수용력과 사고력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교육을 해야 할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이미 대중화된 AI 서비스를 이용하여 코딩, 글쓰기, 그림 그리기, 작사, 작곡 등 다양한 기능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AI의 기능들에 의해 현재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 가지 주요 교과목들을 기준으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여기서는 일단 수능의 최고봉 국·영·수 세 과목을 놓고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인문계열의 과목을 위시한 국어를 살펴봅시다. 이제는 취업할 때도 AI가 이력서에 들어갈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 줄 수 있습니다. 이메일도 대신 써줄 수 있고 심지어는 에세이, 노래 가사, 소설, 시 등 전부 대신 써주는 게 가능합니다. 이렇게 AI 서비스가 글도 써주고 무슨 내용이든 물어보면 알려주고 요약도 해줄 텐데 이제 국어나 인문계열 과목들을 열심히 공부해 보았자 그다지 삶에 도움이 안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역사든 인간의 삶의 모양새에 대해서든 그때그때 궁금하고 필요한 것을 AI가 바로바로 알려줄 수 있는데 그러한 인문학 공부를 하는 게 시간 낭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인문 계열 과목들은 이제 취업에도 도움이 별로 안 되는데 원하지 않는 학생들은 안 가르쳐도 되지 않을까요?
이제는 그냥 AI에 명령을 전달할 프롬프트를 어떻게 잘 쓸지에 대하여 교육의 초점을 맞추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아예 생각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너무나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게 된 것입니다. 그냥 편하게 AI가 해주는 대로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그냥 편하게 누워만 있어도 되는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 모든 걸 다 AI가 다 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편하게 누워만 있어도 되니 어느 기업에서는 잠만 잘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인큐베이터를(AI형 고시원 프랜차이즈) 곧 출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그저 그 안에 들어가서 잠만 자다가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또 자고 쇼츠 등 영상을 가끔 감상하다가 또 먹고 자고 하는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땅값이 저렴한 곳에 거대한 인큐베이터 단지가 아주 밀집된 형태에 초고층 빌딩들로 촘촘히 조성되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입주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것은 죽어 있는 것과도 별 차이가 없는 상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어차피 사는 것도 힘든데 차라리 그게 낫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과연 이게 맞는 걸까요?
뭔가 좀 꺼림칙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문제가 좀 있어 보이진 않나요?
사람의 인생이라기보다는 애완견의 인생에 가까워 보이진 않나요?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야기가 너무 비약해서 흘러간 것 같습니다.
다시 논점으로 돌아와 봅시다.
국어 수업을 해야 할까요?
국어 수업을 중요시하는 게 맞을까요?
그러면 수업의 내용을 잠시 살펴봅시다. 이러한 수업은 대개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발표를 하고 토론을 하는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읽고, 쓰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행동들은 수용력과 사고력을 향상하는 핵심적인 과정입니다. 내가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발표를 하고, 토론하는 등의 수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너무 AI를 중심으로 두고 그것을 활용하려고 하는 자세는 마치 AI가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되어버린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아마 AI 서비스와 상품들을 내놓는 회사들은 바로 이것을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겉으로는 혁신과 초월과 생산성 향상과 진보된 삶을 이야기하겠지만 이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길들여 가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평생을 정기적으로 십일조와 같은 구독료를 받아 내는 것이 목표일 것입니다.
관련 기업들은 사용자가 죽은 뒤에도 디지털 장례식 서비스를 통해 유족들에게 초맞춤형 마케팅과 광고를 하고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한 뒤 요금을 청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매년 기일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꽃이나 먹을거리, 제주(祭酒)로 사용할 술 등 아예 제사상 차리는 것까지 이모티콘을 통해 판매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설날과 추석은 특히 더 대목이 될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예술적 NFT’라는 카피와 함께 마치 면죄부를 팔듯 홀리는 광고로 무장한 채 잠재적 고객리스트에 올려놓은 사람들의 시체의 이빨에 낀 고춧가루 한 점까지 마저도 이쑤시개로 긁어갈 태세로 마케팅 캠페인을 벌일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세상은 무한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그러한 지뢰성 광고와 기사, 영상 및 각종 콘텐츠에 휩쓸리지 않도록 국어 및 인문계열의 수업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수학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수학은 어떨까요?
구구단을 예로 들어봅시다. 구구단은 초등학교 때 반드시 외워야만 하는 공식처럼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구단을 외우는 것 같은 학습은 창의적인 행위도 아닌데 외워야 하는 그런 귀찮은 기계적 행위 같은 일들은 애초에 기계인 AI에 맞기는 게 확실한 게 아닐까요? 사람은 가끔 실수할 수도 있는데 그러한 일이 없도록 이러한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들은 AI에 역할을 넘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
구구단뿐 아니라 아무리 어려운 계산도 척척 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코딩하는 것도 어차피 사람이 1~20년 동안 갈고닦은 실력보다 AI가 훨씬 나을 텐데요.
구구단조차 외울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아니면 간단한 암산은 할 줄 아는 게 살아가는데 편리할 수 있으니까, 구구단은 외우는 게 나을까요?
만에 하나 배터리가 다 떨어지고 정전이 돼서 충전도 못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영어는 어떨까요?
번역기가 다 알아서 해줄 텐데 영어를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요?
먼저 영어를 이야기하기 전에 모국어를 살펴봅시다. 모국어에 있어서는 엄마 아빠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모국어를 익힐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기 때문에 모국어는 필연적으로 습득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최소한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프다거나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할 줄 알아야 하니까 당연히 모국어는 습득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러면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는 어떨까요? 외국어는 어차피 번역기가 잘 나왔으니까 모국어나 열심히 익히면 됐지, 외국어를 배워 봤자 시간과 노력만 들지 별 쓸데가 없는 것 아닐까요? 어차피 AI가 잘 번역해 줄 텐데 굳이 알파벳도 배울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그래도 영어는 인터넷 주소나 이메일 주소에도 사용되고,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은 아는 게 나을까요? 그럴까요? 아니면 어차피 번역기 기능으로 모르는 외국어를 사진으로 찍으면 번역해 주는 기능이 있으니까 굳이 애써 배울 필요 없지 않을까요? 업무상 외국어로 회의하거나 소통할 때도 굳이 외국어를 배우기보다는 번역기를 사용하는 게 간편할 겁니다. 괜히 외국어를 공부해 봤자 역시 시간 낭비에, 머리도 써야 해, 노력도 해야 하니 힘들지, 그냥 편하게 번역기를 사용하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외국에서 유학하거나 사업, 취업하는 등의 외국에서의 적극적인 활동을 할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외국어보다는 수용력과 사고력을 향상해 주는 다른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는 것이 나을 겁니다.
그러면 다른 도움이 되는 활동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AI를 잘 활용할 수 있기 위해 국어를 포함한 인문계열이나 수학, 영어 등 외국어 등을 배우는 일과 같이 힘들고 귀찮은 일 말고 다른 일 중에 수용력과 사고력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과거를 통틀어 지금까지 사람들이 수용력을 넓히거나 사고력을 향상하기 위해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한번 살펴봅시다.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치 축구를 포함한 모든 운동 종목에서 먼저 ‘기초체력’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언어’ 능력을 먼저 중요하게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수학에서도 문제를 이해하거나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언어능력이 기반이 되어야 하니까요. 요즘 AI를 사용하기 위해 프롬프트에 명령하는 것에서도 논리적으로 잘 풀어쓴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물론 시각적으로 사고하고, 추상적으로도 사고하며 공감각적으로 사고하는 등 특별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미 언어라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여러 감각들을 담아내는 공감각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레몬’이라는 단어를 놓고 생각하면 시각적으로 노란 레몬이 떠오르고, 미각적으로 그 맛을 상상해 보면 생리적인 조건반응으로 입안에 살며시 침이 고이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혼합된 감각이 포함된 언어 능력으로 다양한 사고도 할 수 있고, 상상해 볼 수도 있고, 어떤 것을, 언어를 통하여 학습함으로써 그것을 이해하며 자신의 수용력이 넓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이 언어적 능력은 곧 수용력과 사고력의 큰 몸통이고, 수용력과 사고력 또한 언어적 능력의 큰 몸통인 하나의 유기체 같은 것이라고도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교육에서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게 아닐까요?
- 다음 편에 계속 -
[1편]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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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혁신에 감춰진 정신적 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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