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부 카니발

3월 넷째 주 비버 이야기

by 아델리


3월 23일 금요일부터 25일 월요일까지 카리부 카니발 Caribou Carnival 이라는 지역 축제가 있었다. 구글에 검색해도 2010년 이후 사진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그 지역 특색에 맞는 각종 경주(개썰매 경주, 통나무 썰기, 스키두 경주 등) 및 원주민 전통 악기 연주 등 알찬 액티비티가 많았는데. 다신 못 본다고 생각하니 참 아쉽다.






금요일에 옐로나이프 시내에 있는 프레임 호수 Frame Lake 에서 불꽃놀이로 카리부 카니발이 시작되었다.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의 추위라 혹시 호수가 녹진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여전히 튼튼하게 잘 얼어 있었다. 호수 위로 포근하게 깔린 눈 위에 누워 불꽃놀이를 보았던 밤. 사진을 잘 찍어서가 아니라 눈 밭에 누워 불꽃놀이를 보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아주 많은 사진을 찍었다.







일요일에는 여러 가지 예선전이 있었는데, 구름이 끼고 흐린 날이었다. 다행히 결승의 날이자 축제 마지막 날이었던 월요일에는 해가 파란 하늘 위로 높이 뜬 쨍하게 날이 좋았다. 들뜬 마음으로 아침부터 축제장으로 달려나가 블루베리 팬케이크와 소시지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구경을 시작했다.


별건 아니지만 단짠의 조합이 좋았던 팬케이크와 소시지.






먼저 눈에 띈 것은 옹기종기 모인 눈 조각상들이었다. 커다란 눈덩어리를 썰고 깎아서 며칠 새에 이렇게 큰 조각상을 뚝딱 만들어내다니. 눈이 많으니 눈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이렇게 크고 다양할 수 있구나. 하긴 일 년에 절반은 눈에 덮인 옐로나이프의 주민들이라면 평범한 눈사람은 이미 질리도록 만들어 봤겠지 싶었다.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싶은 작품들이 대다수긴 했지만, 어쨌거나 눈으로 이렇게 큰 조형물을 만들었다는 것에 감탄했다.







해가 점점 높아지자 호수 한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드넓은 호수 위로 눈을 쌓아서 만든 트랙에 스키두 Skidoo 경주가 시작된 것이다. 눈 위에서라면 자동차보다 더 잘 달리는 스키두. 크기는 작지만 굉장히 무거운데, 이 쇳덩어리가 하늘을 나는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사방에서 우우웅 하는 큰 엔진 소리를 내뿜는 수십대의 스키두가 눈가루를 날리며 달리고 점프하고 또 달렸다.


Ready, Set, Go!!! (흩날리는 눈은 덤)


아름다운 점프. 저 무거운 게 어떻게 저렇게 뛸 수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어른이 경주와 어린이 경주.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건 어린이도 할 수 있다구!


새하얀 눈 밭을 넘어 새파란 하늘을 가르는 스키두.






스키두 경주가 끝나자, 새로운 경주가 이어졌다. 바로 지역의 특색을 살린 개썰매 경주다. 옐로나이프에 살면서 실제로 개썰매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지만, 관광 온 사람들은 꼭 타볼 정도로 인기라고 했다. 생각보다 썰매개가 너무 빨리 달려서 후다다닥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한 곳에 서 있기만 해도 전체 경주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후다다다닥, 후다다다닥, 후다다다닥... 엄청나게 치열한 개썰매 경주.






번외로 이상한 대회도 있다. 못생긴 트럭 대회. (아마도 못 쓰는) 트럭에 여기저기 이상한 그림을 그려놓고 온갖 쓰레기를 올려놓으면 완성! 새로워 보이는 쓰레기도 있었는데 원래 있던 건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였다. 누가 이겼는지는 궁금하다기보다는, 이 트럭들은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눈 조각을 시작으로 스키두 경주와 썰매 개 경주를 거쳐 못생긴 트럭 구경까지 마쳤다. 이제 달달한 간식으로 축제를 마무리해야지.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사람들이 이 추운 날씨에도 줄을 서서 먹었던 간식은 너무나도 캐나다스러운 메이플 시럽이다.


만드는 공정도 간단하다. 나무 판 위에 눈을 깔아 놓고 사람들에게 나무 막대기를 하나씩 준다. 눈 위에 메이플 시럽을 쪼르륵 부어놓는다. 나무 막대기로 눈 위에서 알맞게 굳은 메이플 시럽을 돌돌돌 말아 든다. 맛있는 메이플 시럽 태피(라고 쓰고 한국인은 엿이라고 읽는다)로 당을 보충한다. 블루베리 팬 케이크로 시작한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완벽한 간식이었다.


눈 위에 있는 모양도 막대기에 말아 놓은 모양도 약간 요상하지만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