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2016 _ 다시 여행 0일 차 ::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사히.
살아 돌아왔습니다.
호들갑인 것 같지만, 무척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터키에 있을 때 아무 일도 없이 평온했던 것, 적은 관광객으로 인해 비교적 밀리지 않고 편안히 여행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터키도 바이람(Bayram)이라는 큰 명절이었음에도 우리가 갔을 때 문을 닫은 박물관이나 바자르가 없었던 것 등. 감사할 일이 참 많다.
예상치 못한 한국행 항공편 오버부킹으로 운 좋게도(?) 이스탄불에 하루 더 머물게 되면서 미처 보지 못했던 신시가지 지역도 구경할 수 있었다. 더불어 터키항공으로부터 약간의 지연 보상금을 받게 되어 여행에 사용한 카드 빚도 조금 가벼워졌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엄마랑 꼭 껴안고 무사귀환을 자축했다. 고마워 엄마. 너야말로 고생 많았다. 훈훈함도 잠시, 우리는 곧 김치찌개를 찾아 공항을 박차고 나갔다.
단숨에 반짝이는 여름에서
선선한 가을로 넘어왔다.
일곱 신데 어둑어둑해. 적응이 안되네. 터키에서 새카맣게 그을린 피부가 민망할 정도로 서울은 선선한 가을을 맞고 있었다. 우리가 떠나고 안녕할 줄 알았던 한국은 전혀 안전하지 못했다. 북한은 5차 핵실험을 했고, 경주에선 진도 5가 넘는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여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북한 덕에 국제 뉴스에 자주 오르내려 오히려 터키보다 더 위험해진 느낌이었다.
안전이란 것이 어쩌면 허구일지도 모른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곳에도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위험요소들이 있고, 안전한 상태라는 게 아직 위험요소가 터지지 않은 상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위험하다고 여겨지던 곳도 위험요소가 터지지 않으면 "안전"하다. 지난 10일 동안 터키는 우리에게 안전했다.
하지만 실제야 어떻든,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으로 돌아오는 것은 마음이 놓이는 일이다. 한동안은 어떤 형태의 위험이든 무릅쓰고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아졌다.
그래 봐야 몇 달 안 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