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요괴

by 조설 joseol

매서웠던 겨울이 물러나고 봄에 가까운 날이 이어지던 즈음, e가 집에 놀러 왔다. 신기하게도 e가 머무는 동안에는 날씨를 종잡을 수 없어 곤욕을 치렀다. 갑자기 살을 에는 듯한 한파로 바뀌거나, 우중충한 구름과 거센 바람이 줄줄이 따라오는 식이었다.


"너만 오면 날이 이상해지는 것 같애." 내가 말하자 e는 익숙하다는 듯이 자신을 ‘날씨 요괴’라고 칭했다. 날씨 요정도 아닌 날씨 요괴라니, 명칭부터 심상치 않다. 세상을 뒤흔드는 재앙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구린 날씨를 데려오는 괴물. 이런 존재가 내 동생이라는 사실을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몰라 잠깐 고민했었다.


소소한 재능이라고 얕봤던 게 문제였을까. 날씨 요괴의 위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우리가 외출하는 날에만 기가 막히게 기온이 떨어지거나 하늘이 흐려졌다. 그래도 그 덕에 근사한 카페를 찾아 커피를 한 잔 더 마셨고, 창가 자리에 앉아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오래오래 나눴다. 계획은 번번이 틀어졌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은 뜻밖의 즐거움을 주었다.


어쩌면 날씨 요괴의 능력은 날씨를 망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조금 특별하게 바꾸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이 요괴의 진짜 힘일지도. 다음에도 또 기묘한 날씨를 몰고 오겠지. 그때는 눈이라도 제대로 불러와 달라고 슬쩍 말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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