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도 보내주세요.
회사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며, 사생활 보호 스크린 프로텍터를 구입했다. 노트북에 부착할 프로텍터를 구입하며, 휴대폰에 부착할 프로텍터도 함께 구입했다. 부착하던 날, 노트북 거치대를 설치할까 말까를 여러번 고민했다. 결국 스크린 프로텍터를 부착하던 날,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 노트북 거치대를 함께 설치했다.
어딘지 모르게 보호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이 화면에서 하는 것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그런 느낌. 만족스러운 얼굴로 괜히 업무와 관련없는 화면을 띄워 본다. 그 때 팀장님이 부른다.
"지금 이 업무는 다음달부터 매니저님 혼자 할 수 있나?"
앉은 채로 의자를 끌어 팀장님의 자리로 이동한다. (*팀장자리는 바로 뒷자리로, 지나갈 수 있는 공간만을 남기고 서로 등을 대고 앉아있는 구조다) 그리고 슬쩍 곁눈질로 내 화면이 잘 가려져 있는지 확인한다. 그런데 이럴수가! 팀장님이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뒤를 돌아보면, 거의 가려지지 않은 70% 채도의 화면이 보인다. 시험삼아 다른 사이트를 켜 두고 돌았는데! 나는 놀란 마음을 감추고 태연한 척 대답한다.
"아, 자료에 명시해 두었는데, 현재 인수인계가 덜 된 상태입니다."
"그러면 팔월부터는 매니저님이 메인으로 하고, 서매니저가 서포트 해주는 걸로 합시다."
입사하고 삼주 정도가 지났다. 전 회사에 비해 업무강도가 낮고 요구하는 것도 많지 않아, 비교적 느긋한 회사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었는데 (그리고 그게 퍽 나쁘지 않았는데) 곧 야근을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돈을 두 배로 준다고 해도 야근을 고사하는데, 한국에 오니 '기본 연봉에 야근이 일정부분 포함'되어 있었다. 연봉계약서에 싸인하기 전, 그 설명을 들으며 다짐했다. 여기서는 절대, 절대 야근하지 말아야지. 그런데 당장 다음주부터 야근을 하게 될 판이다.
기존에 해당업무를 담당하던 분에게 물으니, 대체로 달에 나흘 정도, 열 다섯시간 정도 야근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그 말 인즉, 딱 포괄임금제 포함 시간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야근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되면 최대한 빠르게 시스템을 안정화시켜 미래의 야근을 없애는 수 밖에 없다.
포괄임금이라니, 집에 못가면 돈이라도 잘 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