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벼운 글

일본의 헤드헌터, 한국의 헤드헌터

그들은 무슨 일을 하는가?

by 작은 꿀벌

한국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한참 이직 준비를 하며 많은 헤드헌터들의 연락을 받았다. 일본의 헤드헌터와 한국의 헤드헌터를 통하며 문화의 차이랄까,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한국에서 한 번이라도 이직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들에게 한 번쯤 연락을 받아보았을 것이다. 담당하는 기업들이 모두 달라, 금융계나 보험업을 중심으로 하는 곳부터, 전자업계, 위생업계로 나뉘는가 하면 일본계냐 미국계냐로 나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연락받은 헤드헌터사만 몇 십 군데다. 한국도 일본도 헤드헌터는 니치마켓중심의 산업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우선 한국과 일본의 헤드헌터는 진행 방식부터 조금 다르다. 한국회사도 여러 회사를 동시에 보지만 보통 한 구직자에게 '한 포지션씩'제안하는 느낌이 강하다. '기업'중심의 일처리방식이라는 느낌이다. 반대로 일본은 '구직자 중심의 헤드헌팅'의 느낌이 강하다. 어떤 업계에 지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비추었을 때, 해당하는 공고를 모두 픽업하여 지원할 곳들을 선택하도록 도와준다. 내가 이야기한 조건에 맞는 회사를 열 군데 넘게 추려 내가 지원의사를 표한 곳에 전형을 진행해 준다. 내가 할 일은 리스트에서 원하는 회사를 체크하는 것뿐이다. 그리하여 지원자가 동시에 모든 전형을 진행한 뒤, 가장 좋은 조건을 선택해 이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모든 전형이 비슷한 시기에 끝나서 오퍼를 받아보고 고를 수 있도록 조정해주기도 한다.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도움이 될 만한 팟캐스트나 수험 교재도 추천해 주고,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을 도와준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면접 대책으로 '지원 동기'를 물었을 때, 그 업계에 대한 비전이나 업무 특성 같은 것을 얘기하면 '꼭 이 회사가 아니어도 괜찮지 않나?'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를 위해 그 회사에서 일하는 현직자와 인터뷰를 통해 현직자로서 느끼는 그 회사의 특성을 알 수 있게 해 주고 꼭 그 회사여야 하는 이유를 마련해 준다. 예를 들어 지인 경유로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회사에서 제공하는 성장 시스템이 어쩌고 저쩌고 해서 그런 부분에서 어찌어찌 느꼈고, 그런 회사라면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같은 느낌으로 풀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 회사의 특별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동기를 구체적으로 풀어가면 꼭 그 회사여야 하는 이유가 된다. 물론 이것 또한 지원하는 회사별로 준비한다. 면접 대책은 다섯 번이고 열 번이고 해 준다.


물론 이들도 이런 인맥을 동원하고 면접대책을 시켜주는 대에는 돈이 든다. 그들에게 있어 투자하는 비용인 셈이다. 한 사람을 완벽하게 준비시켜 이직에 성공하면 그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수수료는 회사 계약마다 다르겠지만 일정 기간을 근무한 시점을 기점으로 그 이직자 연봉의 몇 할 혹은 월급의 몇 배 정도로 알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 명 한 명을 잘 대비시켜 승률을 높여간다는 전략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제 한국 헤드헌터들의 케이스를 말해보겠다. 정말 스무 군데는 넘게 연락을 받았던 것 같다. 진행을 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체로 일할 생각이 없는 분들이 많아 보인다. 일본의 케이스와는 정반대로 기업에 니즈에 맞추어 구직자를 픽업하여 기업에게 고르게 하는 느낌이다. 한 번은 한국의 한 헤드헌터가 메일을 잘못 FW 하여 다른 후보자들까지 정리된 메일을 본 적도 있다. 기업에게 후보자를 3-4명 간략한 개요와 함께 테이블로 정리하여 보내면서 면접 일정을 소개하는 메일이 잘못 온 것이다. 그 리스트에는 나보다 경력이 십이 년 많은 사람도 있었다. 아마도 나는 들러리였거나, 기업에서 구체적인 경력 요구를 이야기하지 않아 다양하게 준비했다는 느낌인 듯했다.


한국은 정말 다양한 케이스가 많은데, 내가 느끼는 일을 하는 기준에 따라 나열해 보자면 이렇다.

1. 양식을 던져주며 "생각 있으시면 이 폼대로 작성해서 보내주세요" 케이스

2. 자율 양식으로 지원자가 보낸 이력서를 확인도 안 하고 기업에 넘기는 케이스

3. 후보자의 양식을 보고 기업에 성향을 생각해 수정을 요청하는 케이스

4. 직접 수정하거나, 양식에 맞게 대신 작성하여 제출해 주는 케이스


솔직히 1번과 2번이 가장 많다. 1번은 가장 많이 받아본 이야기고, 2번은 회사에 근무하면서 채용 시에 많이 본 케이스다. 이 두 경우에 똑같은 생각을 한다.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다. 구직자를 서포트하지도 않거니와, 회사에도 구직자에게 받은 이력서를 단순히 전달하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재무회계 포지션에 대한 헤드헌팅을 부탁했는데, 건네받은 후보자 이력서에 '마케터 지원'으로 쓰여 있던 것이다. 후보자가 제대로 수정을 하지 않고 냈고, 헤드헌터는 그걸 제대로 보지도 않고 전달한 것이다. 그냥 많이 던져서 하나 얻어걸려라 라는 심보인 걸까?


그나마 한국 헤드헌터사 중 그래도 이 사람을 헤드헌터로서 무언가를 한다고 느낀 것은 3번과 4번이다. 3번은 직접 수정을 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후보자가 낸 서류를 검토하고 승률을 높일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 케이스다. 4번은 후보자가 번거롭지 않도록 자율 양식으로 낸 서류를 바탕으로 직접 옮겨 제출해 주는 케이스다. 물론 이 두 케이스도 다양한 사람을 추천하는 기업 중심의 서비스인 것은 분명하다. 구직자에게 하나의 포지션만을 제안하며, 다른 포지션과 동시진행하는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는 합격해도 취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내비치곤 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헤드헌터 업계가 아직 경쟁이 치열하지 않거나,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헤드헌터사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1번처럼 구직자로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느낌과 함께 2번처럼 기업의 입장에서도 탐탁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은 게 아닐까. 언젠가 내가 받은 모든 헤드헌터사의 사명을 나열해 케이스 1번부터 4번까지 어느 곳에 해당되었는지 정리해 봐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해볼까? 실패하면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