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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꿀벌 Oct 16. 2020

가볍게 가볍게

왜 글을 길게 쓰는가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블로그에 쓸 때 보다 많은 신경을 기울이게 된다. 여기저기 떠도는 글을 읽다 보면 가벼운 글도 참 많은데. 첫 시작이 이렇다 보니 각 잡고 쓰게 된다. 그러다 좀 지쳤다. 


사실 나는 진지한 얘기 만큼이나 가벼운 농담을 좋아한다. 얼토당토않게 화를 냈을 때 슥- 밀어낼 수 있는 유연함. 그게 바로 유머다. 유머는 위대한 것이다. 그런 내가 길쭉길쭉한 문장으로 길게 길게 글을 쓰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물론 티스토리에도 (그놈의 애드센스 때문에) 글을 길게 쓰지만 유독, 브런치에 길게 쓰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처음 브런치를 접한 건 친구 덕분이었다. 자가격리 중 지루해 하는 나를 위해 추천해줬다. 첫 글은 흥미로웠고, 두 번째 읽은 글도 좋았지만 그렇게 잊혀졌다. 


몇 달 뒤, 언니가 나에게 링크를 보냈다. 글쓰기 수업에 대한 링크였다. 귀국 후 몇 달 동안 빈둥거리던 내게 재밌는 장난감을 던져주었고, 나는 물었다. 그렇게 브런치에 글쓰기가 시작됐다. 문제는 시작에 있었다.

'책으로 낼 거라는 전제'가 붙으니 도저히 대충 써지지가 않았다. 문단도 쉽게 나눌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길어졌다.


종이 한 장 분량을 쓰려고 시작한 글이, 곧 세장을 넘어 네장이 되었다. 주구장창 글을 쓰다 사람들의 글을 보면 마음이 편해졌다. 부담 없이 가벼웠다.


그래서 마음 편히 아무 이야기나 끄적일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처음에 주소를 'light'라고 적었는데, 중복된다고 했다. 나중에 들어가 봐야지.

그래서 뒤에 sentences를 붙여보았다. 가벼운 문장들! 이라는 뜻으로 하려고 했는데, 붙이고 보니 느낌이 묘해 검색했다. 


 역시나 느낌은 빗나가지 않는 법.


The light sentences for sex offenders 가 연관검색어로 떴다. 

글을 쓰려다 심판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좀 더 친근하게 words로 바꿨다. 


'light words.'

가벼운 말. 


근데 만들고 보니 그냥 small talk로 할 걸 그랬나? 싶다.

원래 지나고 나면 아쉬운 법.

그래도 '가볍다'에 중점을 두고 편하게 써보려 한다. 요즘 너무 무겁게 살고 있다. 너무 많은 일을 하는데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한없이 움직여 원점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는 요즘,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건 쓸데없는 생각이다.


가볍게,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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