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벼운 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 꿀벌 Nov 12. 2020

사소한 일에 집착하는 버릇



하루를 살다 보면 참 별것 아닌 일에 집착하게 될 때가 있다. 일할 때 괜히 옆에 있는 사람보다 잘하고 싶다거나, 괜히 혼자 비교하면서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하거나. 이런 습관은 대게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를 힘들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감정 소모' 


나는 그렇게 부른다. 


나를 경계하고 나와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을 나는 피하는 편이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것이다. 많은 사람이 나를 자신과 비교하고 대놓고 경쟁하는 사람들을 피한다. 어쩔 수 없다. 경쟁에 몰두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문제는 그런데도 가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비교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왜 그런 습관이 생긴 걸까?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울 때 '한 발짝 떨어져 상황을 바라보라'고 했다. 이런 사소한 경쟁습관도 비슷하게 생각하면 쉽게 분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험을 본다. 자격증 시험에서 내 점수가 저 애보다 높은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최고점으로 기사가 난다면 모르겠으나, 그런 게 아니라면 옆에 있는 경쟁자의 점수보다 높은지는 그리 중요한 평가 대상이 아니다. 어차피 기준점만 넘으면 통과하는 시험이다. 옆에 있는 사람과 나의 점수는 직접적인 연관이 전혀 없다. 


물론 잠깐 기분이 좋을 수는 있다. 내가 옆에 있는 사람보다 잘 보면 괜히 득 본 기분이 들기도 한다. 중요한 건 현실이다. 내가 저 애보다 20점이 높다 한들, 시험에서 떨어지면 끝이다. 본질을 봐야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언제나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여있지 않다. 꽤 복잡한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는 탓에 우리는 직접적인 경쟁보다는 대게 간접적인 경쟁 상태에 놓인다. 예를 들어, 채용시험을 치를 때, 우리는 '합격점'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그 합격점을 정하지는 않는다. 아주 조금, 딱 나만큼의 영향을 미칠 뿐이다. 


그래도 괜히 옆에 있는 사람 때문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아직 고치지 못한 습관적 착각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습관은 평소에 나를 긴장하게 할 뿐 아니라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게 만든다는 데에 있다. 사소한 경쟁에 몰두하다 보면 본래의 목적을 잊고 산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도 그랬다.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 왠지 같이 재택근무를 하는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왠지 그들보다 잘 해야 할 것 같고, 잘하고 싶고, 뒤처지면 안 될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본래 책정해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일하고 준비했다. 그런 노력은 잠깐, 반짝 하고 효과를 보았지만 그때 뿐이었다. 


그렇게 의기소침해 있던 차에 지인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어라? 나 왜 집착하고 있지? 


사실 재택근무를 시작한 것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길을 닦기 위해 하루 중 넉넉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주객전도가 되어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니. 진짜 목적은 까맣게 잊고 뒷전이 되어 있던 것이다.


사소한 집착은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을 잊어버리게 되는 본말전도의 사태가 돼버리기 쉽다. 마음이 초조할 때는 마냥 초조해하기보다 생각할 일이다. 


정말 초조해 할 만한 일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가볍게 가볍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