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하루의 시작을 앞당겨보다

by 조이


‘하루 중 내가 낭비하고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문득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평소처럼 살다 보니.


새벽 5시 반 기상, 6시 출근. 밤새 있었던 병동 환자들의 안녕을 확인하는 것이 루틴의 시작이다. 병동, 수술방, 분만실, 응급실을 넘나드는 다이내믹한 하루를 보낸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퇴근 혹은 당직의 시작. 특별히 다를 것 없는 반복되는 일상이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침대다. ‘일단은 누워야만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비장하게 침대로 돌진. 유튜브를 켜고 좋아하는 채널 영상 몇 개 보고 나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이미 어두워진 창문 바깥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고 똑같이 흘러가는데. 내가 붙잡지 않는다면 힘없이 끌려다니겠구나.’

의미 없이 SNS 피드를 슥슥 넘겨보던 시간. 크게 재미없어도 습관적으로 오늘의 웹툰을 줄줄이 섭렵하고 나서야 핸드폰을 손에서 놓던 시간.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대로 따라가 클릭하고, 관심도 없는 영상을 보던 시간. 능동적으로 내가 선택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수동적으로 종속된 시간들이 아까웠다.




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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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모르는 타인의 인생인 양 아무렇게나 생각 없이 툭 펼쳐놓았던 나를 반성했다. 일분일초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이 시간들을 100% 누리고 싶었다. 곧 나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니.


평소보다 30분 일찍,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췄다. 다음날 눈을 떴는데 새벽 4시 53분이었다. 알람이 울리기 전 잠에서 깼을 때 찾아오는 달콤한 유혹. ‘조금만 더 잘까?’ 하지만 어차피 일어나겠다고 다짐한 걸. 아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불을 켜고 물을 마셨다. 평소보다 30분이나 더 벌었다는 생각에 상쾌했다.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간단하게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해보고 싶어졌다. 조깅하러 갈 시간은 부족했지만 유튜브의 훌륭한 알고리즘은 여러 개의 아침 공복 유산소 운동 영상들을 내게 전시해주었다. 정말 좋은 세상이다. 집에서 이렇게 강사님들의 영상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적당히 땀을 흘리고 씻고 준비해서 출근길에 나섰다. 몸을 전체적으로 한번 데워 놓아서인지(?) 일어나 겨우 출근할 때보다 더 높고 멀리 점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작은 일이지만 스스로 결심하고 선택해서 해냈다는 성취감에 발걸음도 가벼웠다.




그렇게 30분 일찍 기상하여 간단한 유산소 운동 한지 2주가 흘렀다. 살이 빠진다거나 업무 효율이 급격히 향상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다만 계단 오를 때 거뜬하게 두 칸씩 성큼성큼 거침없다. 오전에 조금 더 맑은 정신으로 공복을 즐기며 일하게 되었다. 하루의 시작을 내 의지로 선택하니 잠에 들기까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잡생각도 줄어들고, 끊임없이 스스로와 대화하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당분간 이 루틴을 계속 유지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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