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현 May 15. 2017

2017 상반기 디모스가 주목한 소셜 프로젝트 (상)

디모스 네 번째 모임 이야기

지난 3월 디모스가 본격적으로 투자 준비에 나선 이후로 모임이 두 번 더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4월 14일에 있었던 프로젝트 피칭의 내용을 전합니다.


프로젝트 피칭이 있었던 4월 14일 모임 장소였던 서울 서교동의 나눔문화플랫폼 '허그인' / 허그인

지난 모임 이후 디모스 계원들은 각자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를 다른 구성원들에게 소개하는 제안서를 쓰고 이를 모임 전까지 공유했습니다. 12명 가운데 9명이 참석한 이 날 모임에서는 이 공유된 제안서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서로 질의응답을 나눴습니다.


해보는 모임 디모스(demos)는 올해 초부터 사회적 의미를 가진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그러한 일을 하는 개인/단체를 후원하는 계모임을 해보고 있습니다

거두절미,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프로젝트가 많아 두 차례에 나눠 싣습니다 ^^)


#1. 더 이상 참지 않겠다, '본격 포스트잇 액션!'

텀블벅에 제안된 한국여성민우회의 '포스트잇 액션' 모금 프로젝트 / tumblbug

제안과 소개

여성민우회에서 제안해서 텀블벅 모금이 완료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디모스에 제안한 이유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 포스트잇 붙이고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공유하고 하트를 받자. 포스트잇을 붙이는 행동과 포스트잇 내용 모두 유머러스하다. 신선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컨텐츠에 반응하기 때문에 캠페인이 큰 힘을 낼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신봉선을 아이유로 만드는 기타 교습'이라고 적힌 홍보물을 만났다고 하자. 여기에 '안웃겨요' 포스트 붙이고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린다. 그러면 사진을 보는 사람들도 즐겁고 나도 하트 받고 일석이조다. 일상의 혐오/차별 표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아래는 포스트잇 견본과 활용례.



지금까지 만들어진 포스트잇은 '안웃겨요', '고조선이야 뭐야' 등인데, 디모스에서 지원을 하면 다양한 문구와 재미있는 포스트잇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계속해서 새로운 문구를 개발하면 캠페인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의견과 질문

의견1 | 반말하는 택시기사를 만났을 때 반말하지 마세요 포스트잇을 좌석에 붙이고 내리면 좋겠다. 다음 탑승자에게 알려줄 수도 있고. 제작과 배포에서 개인적으로 하기에는 엄두가 안 났는데, '반말하지 마세요'가 있으면 좋겠다.


질문1 | 사용사례가 어떻게 공유되고 있나?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서 온라인에 올리기도 하고 트위터 해시태그로도 해서 바이럴을 타고 있다. 온라인에서 마주친 불편한 발언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모니터 화면 위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도 오케이.


질문2 | 민우회에서 아이디어 제안을 받고 있는지?

불확실하다. 우리가 제안하거나, 재정적 지원을 전제로 요청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민우회는 오래된 조직이지만 요즘 홈페이지 등을 보면 컨텐츠가 젊은 감성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질문3 | 택시기사 사례는 전달이 가능하지만 그 이외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 이처럼 문제행동이나 발언을 한 사람에게 직접 전달이 안 되는 부분이 발생하지 않을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캠페인의 성격이 강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취지가 더 커 보인다.


#2. 성소수자 문화플랫폼 Moi:m

성소수자들이 정체성을 인정받는 환경에서 취향의 자유를 누리기란 쉽지 않다. 성소수자들의 삶을 다룬 미드 퀴어 애즈 포크 DVD 포스터 / Queer As Folk


제안과 소개

기존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데이팅 중심으로 가는 경향이 강해서, 성소수자가 만남의 목적이 다양한(트립/미트업) 플랫폼이 없다. 그래서 그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하는 프로젝트다. 국내에 비슷한 사례가 없고 보안 문제 때문에 폐쇄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지속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아웃팅 이슈로 공식적 자금조달이 어려워서 이와 같은 플랫폼의 개설이 의미가 있다. 정체성을 공유하는 성소수자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안전하게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견과 질문

질문1 | 큰 커뮤니티를 지향한다면 장기적으로 단계를 나누어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파일럿 단계의 구상은? 

기존 동아리들의 조직화가 첫 단계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에서 음악모임을 하고 클럽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하는 동아리가 있는데, 이와 비슷하게 소규모로 여러 활동을 하는 커뮤니티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특화된 원데이클래스(결혼, 의료 등 제도와 사회안전망 강좌)도 제공할 수도 있다. 성소수자들 다수가 결혼 제도 내의 사회보장은 물론이고 그 이외의 다양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도움을 제공하는 비지니스도 가능하다.


결혼 등 제도 바깥에서 불이익을 감수할 가능성이 큰 성소수자들을 위한 재무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의 LGBT캐피털 사 홈페이지 / lgbt-capital.com


질문2 |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하는 공개 모임을 가본적이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커뮤니티 내에서 개인 신상을 비공개 처리하나?

트레바리처럼 개인식별이 가능한 정보 이외의 것은 공개하는 방법이 있다. 앞으로 더 고민할 부분이다.


질문3 | 커뮤니티 운영 과정에 필요한 돈은 어떻게 벌까?

앞서 말했듯이 성소수자들을 위한 결혼식 등 실제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장기적 구상을 하고 있다.


의견1 |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음지에 있는 상황을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뭉클했다. 많은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정말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첫 프로젝트로 가볍게, 커뮤니티를 양성화할 수 있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잘 해야 할 것 같다.


의견2 | 페미니즘이 다수자냐 소수자냐를 떠나서 자기다움을 세상에서 지킬 수 있게 하는 거라고 한다면, 성평등에 기여하는 바가 큰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3. 인천의 기찻길 옆 작은학교 지원

방과후 학교인 인천의 '기찻길 옆 작은학교'의 초등학생이 쓴 시 / 기찻길 옆 작은학교

제안과 소개

어떤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처음에는 세련된 것 그러면서도 일상에 맞닿은 것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던 중 늘 매년 가족행사처럼 가는 <기찻길 옆 작은학교>의 학생들이 꾸리는 공연에 참석했다. 관절인형을 여러 사람이 조작하면서 하는 인형극이다. 이야기 자체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 때문에 매년 그랬듯이 공연을 보면서 울었다. 투박하지만 지속적으로 일상에서 삶을 바꾸는 사람들을 더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작은학교>는 인천에서 오랫동안 가난했던, 판잣집을 허물고 다시 세우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형성된 만석동에 있는 학교다. 근처가 개발되면서 지역이 많이 바뀌었다. 빌라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서 처음에는 남겨진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공간이 생겼다. 그러다 그들보다 나이가 좀 더 많은 청소년 위해서 만든 학교가 <...작은학교>다.



<...작은학교>에서는 다양한 교육과 문화 활동이 이루어진다. 성인이 된 아이들을 위해 졸업식도 따로 해준다. 이곳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이모나 삼촌이 되어 새로운 만석동의 아이들을 돌보기 때문에 학교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강화도와 만석동에 상근자가 각각 있는데 다 이곳 출신이다. 가난한 동네에서 살아가는 청소년의 삶을 지지하고, 그들이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의견과 질문

질문1 | 디모스가 투자를 하면 지원금은 어떻게 쓰이게 되나?

공부방이 가장 필요로 하는 물건일 수도 있고, 장학금이 될 수도 있다. 매년 하는 인형극 팀의 수준이 높지만 잘 조직된 전문공연팀이 아니라 매번 공연장 마련이 어렵다. 그에 대한 지원금을 주는 것도 좋겠다. 어떤 것이 좋을지는  공부방의 이모삼촌이 잘 알고 있으니 얘기해보면 된다.


질문2 | 인형극 수준이 꽤 높다고 들었다. 어떻게 만들어지나?

먼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 성우/작가가 따로 있다. 인물 하나에 3명이 움직인다. 보통 이야기들은 강정, 쌍용, 백남기 농민 사건 등 사회적 사건을 다룬다. 대신 등장인물을 도깨비 3남매로 바꾸는 식으로 각색을 한다. 대부분의 주제는 약한 사람 곁에 서서 함께하는 것(연대)을 다룬다.


질문3 | 어렸을 때 연극을 하면 여러 역할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공감능력을 기르는 데에 좋다고 한다. 배려심도 생기고. 참여하는 이들의 반응은 어떤가?

실제로 공연하다가 한 친구가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눈물을 터뜨렸다. 옆에서 아무도 당황하지 않고 다들 괜찮다고 다독이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여러번 하는데 일요일 마지막 공연에는 아이들이 자신감이 붙어서 즐기면서, 만개한 표정으로 하는데 그걸 보는 것이 참 좋다.


#4. 폐지줍는 사람들을 위한 '끌림'

폐지 줍는 노인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복지 향상 프로젝트 그룹인 끌림의 홈페이지 / cclim.or.kr

제안과 소개

손수레(리어카)로 폐지 줍는 분들에게 더 안전한, 동네 가게들의 광고판을 달 수 있는 손수레를 주는 프로젝트다. 장착한 광고판의 광고수익을 손수레 주인과 분대한다. 광고수익 확보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폐지줍는 분들의 기본적인 생활안전망을 깔려고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보면 된다.


모든 노인이 소수자는 아니지만, 폐지줍는 노인은 소수자라고 본다. 하루 12시간 일해서 한달에 10만원을 번다고 하니, 하루에 겨우 몇 천원을 버는 것이다. 광고주가 많지 않지만 광고수익으로 손수레 소유주에게 5만 원 정도를 제공한다. 프로젝트 진행하는 학생들 인터뷰를 보면 현재 겪는 문제가 2가지다. 첫 번째는 전반적인 역량과 자원 부족이다. 프로젝트 오너들이 학생들이라서 시간, 영업능력도, 돈 모두 부족하다.


두 번째는 초기자본 부족으로 인한 제약이다. 광고용 손수레를 폐지 줍는 노인들한테 제공해야 하는데 제작비가 없고, 제작비가 없으니 수레를 만들지 못한다. 수레 숫자가 빨리 늘어야 광고 수익도 많이 들어오는데 초기 자본이 없으니까 악순환이다. 현재 광고수익 70%를 수레주에게 주고, 20%를 수레 관리업자에게 주고, 10%를 학생들이 가져간다고 한다.


의견과 질문

의견1 | 할머니가 폐지 줍기 노동을 하시는데, 소득이 없어서 하시는 건 아니고 소일거리로 집 근처에 공터가 있어서 굉장히 많이 주워오신다. 손수레 프로젝트 같은 접근으로 박스 줍는 사람들에 대한 상황개선은 당연히 필요하고, 노인 이슈에 대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느낌이 든다.


의견2 | 손수레의 광고플랫폼화는 주목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수익측면보다도 이런 분들의 이야기가 발견되는 것은 재미있을 것 같다. 노인에 대한 접근이 희소한 상황에서 다루는 경우가 없어서 이걸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부터 의미있는 시도라고 본다.


질문1 | 폐지줍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교육도 같이 병행할 수 있지 않을까?

프로젝트 오너들도 염두에 두고 있다. 폐지 줍는 사람들을 단순노동자가아니라 함께 하는 사회구성원들이라는 생각으로 그분들의 자존을 고민한다. 당연히 노인들을 둘러싼 전반적인 복지환경을 고민하면서, 손수레 교체 프로젝트를 첫 스텝으로 밟은 건 최소한의 생계보장을 서포트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끌림이 만드는 리어카는 가벼워서 사고가 덜 나가고, 광고를 통한 부수입 확보가 목표 / 끌림


질문2 | 실제로 광고주가 있는지?

있다. 현재 70개 수레가 돌아가고 있다. 비용이 부족해서 확장이 더 안 되는 상황.


#5. 에코크리에이터 어린왕자 프로젝트

제안과 소개

일회용품을 덜 쓰고 재사용하려는 노력의 범위를 좀 더 넓혀서 어떻게 시도해볼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에코크리에이터의 어린왕자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문화기획소인 에코크리에이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친환경, 동물보호, 인권 등 비영리 분야에서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어린왕자 프로젝트는 방치된 테이크아웃컵을 활용한 게릴라 가드닝을 확산시키는 프로젝트다. 버려지는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재활용하면서, 소설 어린왕자의 주인공이 까다로운 장미를 보살핀 마음처럼 테이크아웃 컵에 대한 책임과 여기에 심은 반려식물에 책임을 갖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카드뉴스를 통해 소개된 에코 크리에이터의 어린왕자 프로젝트 / 에코크리에이터


이 프로젝트는 파일럿 프로젝트로, 이를 보완해서 다양한 시도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더 다양한 시도들이 디모스(보통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에 들어가는 순간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안했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에는 소셜 투자하는 계모임도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