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스 네 번째 모임 이야기
(2017 상반기 디모스가 주목한 소셜 프로젝트 (상)에서 이어집니다)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를 읽다가 궁금해졌다. “무인자동차가 등장하는 시대에 왜 아직도 굶주리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던 중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빈곤이나 질병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건 다름 아닌 '기술'이라고 느꼈다. 그 중에서도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도 접근할 수 있는 적정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아워 플래닛 에어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이 프로젝트는 저렴한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워 플래닛 에어'라는 이름을 가진 적정기술, DIY 공기청정기를 개발한 팀이, 판매가인 4만 4천원보다 저렴하게 원가인 3만3천원에 공기청정기를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에 기부를 하는 것이다.
최근 미세먼지 문제로 공기청정기 판매는 늘었는데, 가격이 비싸다 보니 공기청정기가 필요한 의료취약계층은 혜택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학원에 가지 못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 노인 분들이 해당된다. 저소득층일수록 안 좋은 환경에 노출되기가 쉽고, 그래서 아프면 병원비가 많이 나가 경제적 담이 더 커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CAC라는 곳에서 만든 이 공기청정기는 전체 소재의 80%가 재활용가능한 재료를 사용하여 취약계층에 부담이 되지 않는 가격을 달고 있다. 이 공기청정기는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전기사용료 같은 유지비도 저렴하다.
질문1 | 우리가 지원하기로 결정하면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게 되나?
앞서 말한대로 원재료값인 3만3천원 가격으로 공기청정기를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에게 이 제품을 전달하게 된다.
청소년교육예술연구소인 달꽃창작소에서 해방촌에서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을 한다. 창작소의 모토는 ‘취향을 키우자.’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관한 감각이 없어서 생기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다. 이를 해결하려는 큐레이터 출신 김흙 씨가 마을로 들어와서 청소년 대상 교육을 시작했다.
김흙 씨는 젊은 세대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마치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쇼핑하듯이 소비하고 마는 추세가 강해졌다는 점에 문제를 느꼈다. 엄마들이 쇼핑하듯이 프로그램을 선택하다보니 기획자들은 트렌드를 좇아 소진되고 만다. 새로운 것, 자극이 큰 것만을 뒤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유의미한 문화예술교육 경험을 가진 이들이 모일 플랫폼이 될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창작소 운영이 3년을 넘기다보니 졸업생이 생겼는데, 이들 졸업생에게 플랫폼이 될만한 결과물로서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물었더니 잡지를 만들면 좋겠다고 해서 잡지 <스무살>이 탄생했다.
해방촌은 문화적/지역적으로 특이해서 갈등이 많다. 재개발이 되지 않아 입주 비용이 싸기 때문에 장기 세입자, 젊은층, 외국인 등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다양한 집단들이 공존한다. <스무살>은 이와 같은 해방촌의 지난 10여년을 보고 자란 달꽃 사람들이 만든 잡지다. 디자인과 원고작성 모두 이들이 직접 도맡아 했다. 이제 2호를 준비하고 있다.
질문1 | 2호 출판 비용과 부수는?
150만원 정도를 들여서 500부를 만든다고 한다. <스무살> 첫 권은 용산도시재생센터에서 100만원 예산 받아서 만들었는데, 기획안 내고 심사받는 것까지 학생들이 모두 준비했다. 두 번째 책은 자기들이 더 고민해서 더 좋은 디자인으로 50만 원 정도 더 들여서 만들 생각이라고.
질문2 | 실린 글은 모두 개인 삶의 이야기인가? 호별 주제가 있나?
주제는 매호마다 다르다. 첫호는 ‘스무살’이 주제였다. 다음 호 주제는 ‘엄마의 일기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엄마의 일기나 사진을 본 기억을 주제로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을 계획이다.
펭귄 프로젝트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대학 내 성폭력 근절, 페미니즘 확산을 목표로 모인 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조직하는 프로젝트다. 예비대학생캠프 '세상을 바꾸는 2017년의 우리들', 신촌에서 '평등한 대학 위한 펭귄들의 반란' 집회를 개최했다.
작년에 ‘강남역 사건’ 이후 대학에서도 여러 성범죄, 성혐오 사건이 일어났다. 내가 잠깐 다녔던 회사에서 겪은 일이 기억이 난다. 어떤 남성이 동료 여성에게 계속 소개팅 부탁을 했다. 그 여성 직원은 자기 친구와 소개팅자리를 주선했는데, 그 남성이 소개팅 후에 공개적으로 얼굴평가를 해서 그 여성 직원이 심한 상처를 입었다.
가능하면 일찍부터, 대학 공간에서부터 그 부분을 인지하고 문화를 바꾸는 경험이 공유되어야 직장에서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대학생이 20대 세대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문화적인 이니셔티브를 가진 그룹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대학 내에서 페미니즘을 운동을 하는 것은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의견1 | 여성 차별과 혐오 문제는 예술계도 심각하다. 예술을 핑계로 성폭력이 자행되기도 한다. 문학계 성폭력 사건은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연루되어 있어서 글을 공유하기도 힘들 정도다. 예술을 다루는 대학 공간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 때에는 피해자조차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사건이 너무 쉽게 일어난다. 그 점에서 펭귄 프로젝트가 의미있다.
의견2 | 대학 신입생 때 반성폭력, 반권위주의 포럼을 열어서 학과 규칙을 정한 적이 있다. 우리 과가 소속된 단과대학에서 이것을 보고 단과대 차원의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고, 교육을 한 결과 신입생들이 ‘안전하다’, ‘존중받는다', ‘편안하다'는 느낌 속에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바뀐다. 다만 내부적으로 시작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질문1 | 추진 그룹은 어떤 가치지향을 가진 사람들인가?
펭귄프로젝트가 공개한 학생 선언을 보면 수도권 12개 대학, 20여개 단체가 참여했다고 한다. 이니셔티브만 가져가려고 하는 의도를 가진 모임은 아니라고 본다.
질문2 | 왜 프로젝트명이 ‘펭귄’인가?
펭귄 무리가 바다에 뛰어들기 전에 언제나 가장 먼저 뛰어드는 용감한 ‘퍼스트 펭귄’이 있다. 그와 같이 페미니즘 이슈에서 ‘퍼스트 펭귄'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함께 일하는 직원이 나를 특정해서 괴롭힌다는 느낌을 받아서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사에게 이야기하고 의외의 답변을 들었다. 나를 괴롭히는 직원이 출산 휴가로 경력단절을 겪었는데, 단기로 일하는 내 급여가 과장인 자기보다 높다는 걸 알게 되어 그 스트레스를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경단녀, 즉 출산 후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적인 소외와 스트레스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관련 프로젝트를 찾다가 “백설공주 여행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백설공주는 '백수들의 전담, 설거지 담당 공공의 주부들'의 줄임말이다.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애칭이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자연스럽게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의 자존감 회복과 경제적 도움을 드릴 수 있는 ‘행복한 엄마’가 될 수 있도록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서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질문1 |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프로젝트인가?
양육하는 분들이 취미에 가까운 부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젝트는 일자리와 여성들을 연결시켜주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의견1 | 출산 후 복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지만, 주변에서 아예 복직이 안 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남녀 취업률이 20대까지는 비슷하다가, 40대 이후에는 여성 취업률이 낮아진다. 그만큼 여성재취업 환경이 열악하다.
의견1 | 정부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경력을 고려하지 않고 재취업을 장려하는 정책이 많다. 경력단절의 의미를 모르고 취업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만 집중한다. 회사 입장에서 4-5년 쉬다 온 사람에게 같은 일을 맡기기가 어려울 수 있다. 기술의 숙련도보다 시장의 트렌드가 중요한 일일 경우에는 더 그렇다.
임신중단 합법화 프로젝트 비웨이브(B. Wave, Black Wave 혹은 검은 시위)에서는 ‘낙태죄’ 때문에 독립적인 주체로서 누려야 할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한 여성의 권리를 고민하며 출발한 프로젝트다. 비웨이브는 인공임신중단에 대한 인식개선 광고를 게재하고, 시위와 서명운동 등 다수의 지지로 낙태죄 폐지를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낙태죄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고통과 불평등의 개선을 지향한다.
2016년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임신 중단 수술은 연 10만 건으로 추정된다. 매일 300건의 임신 중단 수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모자보건법의 낙태 허용범위가 매우 적고 현실성이 없어 전체 중절수술 중 95.6%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현행법상 낙태는 24주 이내의 태아에 한해 ·사실상 배우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구체적인 허용범위는 아래와 같다.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낙태 허용사유 중 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한 임신이 있지만, 현행법상 강간 판결이 나려면 1년이 걸린다. 판결 전 낙태를 하려면 '남성 가해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법의 허용범위 안에 있음에도, 시간의 경과 때문에 사실상 낙태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낙태죄'를 이용해 여성을 협박하는 범죄도 발생한다.
소수자인 여성, 그 중에서도 편견을 가지고 매도되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 문제는 성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한국에서는 인지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낙태죄로 인한 음성적인 임신 중단 시술은 가출 청소녀, 미혼모 문제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임신은 여성만의 책임이라거나 여성을 주체가 아니라 재생산의 객체로 보는 왜곡된 젠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임신중단 합법화가 필요하다.
피칭이 끝난 후 디모스는 소개된 10개 프로젝트(+1개가 더 있지만 내용이 정리되지 않아 생략하였읍니다) 가운데 3개를 골랐습니다. 평가 기준과 선정 방식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은 다음 번 포스트를 통해 소개드리겠습니다.
여러분도 마음에 드시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후원이나 참여 고고!!!
해보는 모임 디모스(demos)는 올해 초부터 사회적 의미를 가진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그러한 일을 하는 개인/단체를 후원하는 계모임을 해보고 있습니다. 디모스의 취지와 시작이 궁금하시면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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