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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지 Aug 19. 2018

그림책, 쓰다

시작하며*

"이런 글을 어떻게 쓰게 됐나요?"

"어떻게 책을 출간하게 되셨어요?"

많이 받게 되는 질문. 하지만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가 더 많아요.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아주아주 어린 시절의 이야기까지 꺼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정답은 다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글을 쓴다는 것,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것은 매끄러운 길을 열심히 걸어가는 일이라기보다는 평평한 길로 정신없이 내달려가다 순간, 하얗고 커다란 절벽을 홀로 마주하는 일에 가까운 것 같아요.

하얀 벽을 노려보고 또 노려보는 시간을 견디고 나면, 절벽인 줄 알았던 커다란 벽이 큰 걸음으로 성큼 올라설 수 있는 계단으로 변하고, 계단을 천천히 하나씩 오르다보면 어느새 결말을 알 수 없었던 글 한 편이 완성되어 있곤 해요.


수십 권의 그림책을 편집하고 기획해온 저에게도 언제나 하얗고 커다란 절벽이 눈앞에 닥치곤 합니다. 

아무리 편집에 노련한 기술자라고 해도 글을 쓴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 나를 좀 더 깊숙하게 탐구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이번에도 계단이겠지? 아니다, 이번엔 정말 절벽인 것 같아.' 

이런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이런 글을 어떻게 쓰게 됐나요?"

"어떻게 책을 출간하게 되셨어요?"

라고 물어오는, 저의 그림책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의 눈동자에서 절벽을 마주했던 절박함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저도 정답을 알 순 없지만 한번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림책의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요.

무엇이 좋은 글인지, 그림책의 글은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 글을 쓰고자 한다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어떤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어떤 그림책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사소한 물음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해보려 합니다.


절벽이 계단으로 변화하는 시간, 조금은 견디기 쉬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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