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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지 Oct 19. 2021

쓰다 멈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갈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어떤 영감이 떠올라 신나게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중반부에서 딱 이야기가 멈춰버렸다. 아무리 궁리해봐도 흔하디 흔한 결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혹은 결말을 미리 정해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중반부에 다다르자 결말과 자연스레 연결되어 써지지가 않는다. 아마 이야기를 써보고자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시작과 결말만 있고 가운데가 비어 있거나, 흔한 결말로 마무리 짓기가 싫어 결말 없이 남겨둔 이야기가 수없이 많다. 이렇게 쓰다 멈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시공간적 배경을 구체화하기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의 시공간적 배경이 구체적인지 검토해보자. 시공간적 배경이 희미해 이야기가 풍성해지지 못하는 상황일 수 있다. 주인공이 사는 집은 어떻게 생겼는지, 사건이 벌어지는 계절은 가을인지 겨울인지 등 이야기를 써나갈 때 미처 고려하지 않았던 시공간적 배경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질문의 답을 하나씩 찾아갈 때마다 이야기는 그에 맞게 바뀌고 결국 생각지 못했던 결말에 다다를 것이다. 흔하다고 생각했던 결말이 구체화된 시공간과 만나 멋진 결말로 재탄생될 수도 있다.


《신데렐라》(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로베르토 인노첸티가 그린 《신데렐라》(비룡소)는 시공간을 구체화해 흔한 이야기를 마치 새로운 이야기처럼 뒤바꾼 좋은 예이다. 인노첸티가 그린 신데렐라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디즈니의 신데렐라와도 다르고, “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수많은 신데렐라 그림책 속 신데렐라와도 다르게 생겼다. 이 책의 배경이 1920년대 런던이기 때문이다. 턱선 위로 올라오는 짧은 단발머리, 코르셋을 집어던지고 자연스레 몸의 굴곡을 드러내는 드레스를 입고 무심하게 담배를 태우는 여성들이 등장했던 시대! 신데렐라 역시 검은 단발머리에 하얀 드레스를 입고 왕자와 춤을 춘다. 그러다 시계가 12시를 알리자 호박마차가 아니라 주차된 자동차 뒤로 사라진다. 


짧은 검은 머리의 신데렐라는 주차된 자동차들 뒤편으로 사라진다. 그림의 오른편 귀퉁이에는 런던의 상징 빅벤이 보인다.


배경만 구체적으로 덧입혔을 뿐인데도 익숙한 신데렐라 이야기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인 듯 느껴진다. 이 책의 결말은 어떨까? 신데렐라의 새엄마가 결혼식 사진을 보며 술잔을 앞에 두고 씁쓸하게 담배를 피운다. 책을 덮고 나면 마치 신데렐라의 새엄마가 이 책의 숨은 주인공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신데렐라》는 새엄마의 씁쓸한 옆모습으로 마무리된다.


2. 등장인물 추가하기

이야기의 중반부가 너무 밋밋하고 결말로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는다면, 등장인물을 한두 명 추가해보자! 주인공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비중 있는 조연이 없거나, 조연에게 결정적인 역할을 부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비중 있는 조연이 등장하면 이야기의 중반부는 자연스레 풍부해지고, 주인공과의 대립을 통해 갈등이나 위기를 고조시킬 수도 있다.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맥 바넷 글, 존 클라센 그림, 길벗어린이)은 주인공 애너벨이 뜨고 또 떠도 떨어지지 않는 신기한 털실이 담긴 상자를 주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애너벨은 마을 사람 모두와 동물들 심지어 나무와 집에도 털실로 된 옷을 선물한다. 무채색의 차가운 마을은 애너벨 덕분에 달라진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날 수도 있다. ‘조그만 마을은 달라졌어요. 애너벨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답니다. 애너벨은 행복했어요.’ 하고.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먼 나라 귀족에 의해 이야기는 급변한다.



 어느 날 밤, 그는 도둑 세 명을 고용해 애너벨의 집에서 털실 상자를 훔쳐 달아나버린다. 하지만 귀족이 상자를 열자 안은 텅 비어 있었고 화가 난 그는 저주를 퍼부으면 상자를 바다에 던져버린다. 


“이 꼬맹이, (…) 너는 다시는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이야기는 털실을 다시 찾은 애너벨의 모습을 비추며 다음 문장으로 끝난다. 


“애너벨은 행복했답니다.” 


결말은 같지만, 귀족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졌고, 결말의 여운도 진해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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