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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영 Jul 02. 2020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반전 스릴러

블라인드 멜로디

영화 ‘블라인드 멜로디’ 포스터./ 사진제공=찬란

피아니스트 아카쉬(아유쉬만 커라나 분)는 모든 소리에 음악이 존재한다고 여긴다. 그는 예술적 영감을 위해 청각에 집중하고자 시야를 흐리게 하는 특수렌즈까지 착용하며 시각장애인 행세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카쉬는 소피(라디카 압테 분)의 스쿠터와 접촉 사고가 난다. 그리고 소피의 소개로 라이브 레스토랑에서 피아니스트로 고용된다.


레스토랑은 아카쉬의 멋들어진 노래와 피아노 연주 덕분에 연일 손님으로 북적거린다. 한편 소피가 못내 궁금한 아카쉬는 특수렌즈를 빼고 그녀를 훔쳐본다. 그리고 자신이 시각장애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차마 고백하지 못한 채 소피와 사랑에 빠진다. 아카쉬는 모든 것이 또렷하게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척 연기한다.


왕년의 발리우드 스타였던 레스토랑의 단골손님이 아카쉬에게 결혼기념일이라며 깜짝 콘서트를 의뢰한다. 아카쉬는 약속한 날에 집으로 찾아가고, 그를 맞이하는 사람은 단골손님의 아내 시미(타부 분)다. 시미는 아카쉬가 꺼림칙한지 망설이다가 집안으로 들인다. 잠시 후 피아노 앞에 앉은 아카쉬는 망설임의 이유를 알게 된다. 저만치 자신에게 콘서트를 의뢰했던 단골손님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는 것이다. 의심의 눈길을 채 거두지 않은 시미는 아카쉬에게 재차 묻는다. “앞이 전혀 안 보여요? 아니면 일부는 보여요?”

                                  

‘블라인드 멜로디’(2018)는 총을 든 농부가 배추밭에서 눈먼 토끼를 쫓는 오프닝 시퀀스로 시작한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향을 제시한다. 스리람 라그하반 감독은 스릴러의 틀 안에 코미디, 로맨스까지 촘촘히 박아서 진진하고 유쾌한 순간을 선사한다. 인도 영화답게 노래 또한 끊이지 않는다. 달달한 음악부터 흥이 넘치는 음악까지 화면을 넘실거리고, 절묘한 노래 가사에 폭소가 쏟아진다.


아카쉬와 시미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극을 이끈다. 아유쉬만 커라나는 아카쉬라는 인물의 다층적인 매력을 끄집어냈다. 그는 이 역할로 인도 유수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타부는 농익은 연기로 시미라는 인물을 빚어냈다. 눈썰미 좋은 관객은 ‘라이프 오브 파이’(2012)에서 파이의 어머니로 출연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블라인드 멜로디’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반전 스릴러다. 인도 영화가 익숙지 않은 관객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박미영 작가 miyoung1223@naver.com

영화 시나리오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텐아시아에 영화 칼럼을 기고했다.]   





https://entertain.v.daum.net/v/20190828184353683

*텐아시아에 실린 리뷰를 다듬어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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