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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영 Apr 07. 2020

한 달 내내 함께한 배우들…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듯

배우 이서진

최근 수년 동안 TV에서 ‘예능인’ 이서진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MBC 드라마 ‘다모’(2003)에서 연출자와 배우로 만났던 이재규 감독은 이서진을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으로 소환했다. 그리고 속초 출신의 40년 지기들이 부부 동반으로 만나는 테이블에 앉혔다. 유해진, 조진웅,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그리고 이서진까지 7인의 배우들은 맛깔스러운 연기로 테이블을, 아니 스크린을 채웠다. ‘완벽한 타인’(2018)에서 사랑이 흘러넘치는 꽃중년 레스토랑 사장 준모로 분한 이서진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처음부터 준모 역으로 캐스팅이 들어왔는지?

처음 대본을 받을 때는 내가 준모 역할인지 모르고 읽었다. 연출이 굉장히 중요하고, 연령대가 있는 역할이다 보니까 노련한 배우들이 연기해야 되는 대본이라고만 생각했다. 변호사나 의사 역할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정생활도 오래 한 부부 역할이라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비슷한 이미지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이미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사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역할이 계속 바뀌는 시기다. 이제는 좀 더 하고 싶은 역에 집중하고 싶다. 그 역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다작을 하는 편이 아니라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

하고 싶은 걸 고르다 보니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단 연출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단 하기로 하면, 감독을 믿고 가는 스타일이다. 대본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드라마 현장과 영화 현장의 이재규 감독은 차이가 좀 있었는지?

‘다모’ 이후로도 좋은 만남을 유지하다가 이번에 같이 하게 됐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다. 연출을 잘 하는구나. 이재규 감독이 예전에는 되게 예민했는데 나이가 들고 해서 그런지 좀 더 여유가 생기기는 했다. 내가 이재규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기가 딱 생각하는 것은 무조건 해야 되는 것이 있어서다. 자기 머리 안에 콘티가 확실하게 있는 감독이라서 배우로서 일하기가 정말 편하다.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인트로가 어린 시절 속초에서 월식을 보는 장면이다. 밤 장면이라서 어둑하고, 아이들이 여럿이라 누가 누구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어린 준모는 누구인지 딱 매치가 된다.

(웃음) 시사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염정아 씨가 “쟤가 오빠야” 하는 거다. 사실 우리도 자기 아역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런데 준모는 누구나 확실히 알 수 있는 구석이 있기는 했다.      


콤플렉스도 허세도 있는 준모가 여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치명적인 매력은 뭔가?

준모는 여자들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는, 눈높이를 맞춰주는 남자인 것 같다. 그 여자가 원하는 남성상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뒤처리나 수습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니다. 머리가 좋은 스타일은 아니다. (웃음)     


극 중 아내였던 송하윤과의 호흡은 어땠나?

밸런스가 잘 맞았다. 나는 항상 다운 되어 있는 스타일이고, 하윤이는 항상 업 되어 있는 스타일이라서. (웃음) 연기할 때도 훨씬 편했다.     


속초 명물인 아바이 순대, 닭강정, 명태 회무침, 물곰탕이 나온다. 물론 맛있는 음식들이지만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는 배우에게는 먹는 일이 힘들지 않았나?

신을 미리 당겨서 찍을 수 없는, 순서대로 찍어야 하는 촬영이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똑같이 세팅했다. 배우들도 자기 앞 접시에 뭐가 있었나 체크하고. 처음에는 다들 너무 잘 먹었지만 나중에는 좀 힘들었다. 경호는 우리 중에 막내다 보니까 엄청 많이 먹고, 탈도 많이 났다.      


비슷한 연배의 배우들이라서 그런지 서로 어우러진 현장이 훈훈하다.

대본 연습을 많이 하면서 친해졌다. 전라도 광주에서 본격적으로 세트촬영을 들어가면서, 한 달 내내 같이 지냈다. 굉장히 호흡이 잘 맞았다.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들이라 이게 촬영인지 실제인지 왔다 갔다 할 정도로. 다들 그런 걱정은 했다. 한 테이블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빈틈이 없어야 된다고.     


영화의 재미는 확실히 잡았다.

진짜 재미있게 촬영했다. 사실 배우들이 한 작품을 해도 매일 만날 일이 흔치 않다. 한 달 내내 함께한 이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이 배우들하고 하고는 뭔가 끈끈하게 생긴 것 같다. 몇 달을 안 봐도 얼마 전에 본 것 같고 그런 느낌….     


배우 이서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들 간에 치고 빠지는 맞춤도 참 좋았다. ‘완벽한 타인’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나 뮤지컬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도 해보게 된다.

촬영할 때보다 영화가 더 잘 나온 것 같다. 음악도 들어가고 하면서. 그래서 연극이 나와도 영화만큼 재미있을까 싶다.      


절친 한지민의 ‘미쓰백’(2018)이 앞서 개봉했다. 오글오글 멘트를 싫어하는 걸 알지만 혹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이서진: 잘 되고 있지 않은가? ‘완벽한 타인’ 개봉 때까지만 잘 됐으면 좋겠다. (웃음) ‘삼시세끼’를 봤는데 느꼈다. 정혁이한테 하는 거랑 나한테 하는 게 다르다. 나한테는 맨날 툴툴거리고, 오빠 소리도 잘 안한다.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나나 지민이나 비슷한 점이 좀 있다.      


두 사람은 진짜 ‘현실 절친’ 같다.

드라마 촬영을 제일 오래 했다. 나도 원래 장난이 심한데, 지민이도 장난이 심하다. 그래서 서로가 장난도 많이 치고…. (웃음) 지민이가 털털하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서진을 보면, ‘인간극장’을 보는 기분이다. 희로애락이 선명한.

(웃음) 맞다. 다큐다.      


만약 ‘꽃보다 할배’가 해를 넘기며 쭉쭉 장수 프로그램이 된다면, 할배 자격으로 같이 출연하고 싶은 멤버가 있는지?

사실 나는 가면 안 될 것 같다. 내가 해봤기 때문에 젊은 친구가 오면 걔를 괴롭힐 것 같다. 너무 잘 아니까…. (웃음) 주변에서 친한 사람 중에 멤버를 추천하자면, 김광규 형. 광규 형은 너무 토속적인 사람이라서 유럽 이런 데를 간다면 케어가 필요할 것 같다.


[박미영 작가 miyoung1223@naver.com

영화 시나리오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텐아시아에 영화 칼럼을 기고했다.]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312&aid=0000353661

*텐아시아에 실린 인터뷰를 다듬어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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