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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Sep 03. 2022

루틴과 프로젝트 사이

요즘 많이 생각하는 것

지금 일하는 조직을 참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아는 한 그 어떤 조직보다도 운영팀에 다양한 프로젝트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CX라 부르기도 하고 CS라 부르기도 하고 서비스 운영이라 부르기도 하는,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팀에 대부분의 조직이 기대하는 것은 셋 중 하나다.

- 고객들이 우리 회사에 좋은 인상을 갖도록 하는 것
- 기능의 부족한 점을 사람이 잘 해결하는 것
- 추가 채용을 하지 않고도 지금의 일들을 계속해서 해내는 것


물론 다른 언어로 다른 방식으로 운영팀의 미션을 정하는 곳도 많지만, 결국 운영팀의 본질은 현재의 일이 막힘없이 돌아가도록 하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미리 찾아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직은 여기에서 나아가 CX의 인사이트가 어떻게 비즈니스를 리딩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우리 팀 멤버들은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에 추가된다. 제품 피처 PM, 유저 인터뷰, 콘텐츠 발행... 언뜻 보아도 재미있을 일들이다. 그렇다면 신나는 프로젝트가 계속 주어지는 걸로 기뻐해야 하는 것일까?


최근 우리 팀에게 중요한 알람은 (어쩌면 팀의 태초부터 있었는지도) 리소스 관리이다. 모든 바쁜 팀들이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운영팀의 리소스 관리는 다른 팀과 조금 다르게 두 가지 어려움이 추가된다.

- 매일 하는 루틴(예를 들면 실시간 고객 상담)은 일정량 유지해야 함
- 내가 하지 못한 일은 개인의 미뤄둔 업무가 아니라 팀 과제로 남아, 나 대신 누군가 정해진 시간 내 반드시 처리해야 함


각자 틈을 내어 밀려드는 프로젝트를 소화하다 보면 함정에 빠진다. 루틴 업무와 프로젝트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줄다리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 프로젝트 기획서를 작성하려면 오늘 고객상담 20건을 못하게 되고, 오늘 고객상담 30건을 소화하려면 프로젝트 기획서는 주말로 미뤄야 하고...


실제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둘 중 어느 일을 먼저 하는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각 업무 자체를 얼마나 효율화하느냐 이다. 늘어난 일을 해내기 위해 개인의 의지로 하루 10시간 대신 12시간 일한다거나, 매일 하던 50% 루틴업무를 30% 줄이고 누군가가 나의 20%를 가져가주길 바라면 어디선가 무너진다.


당연한 말인데도 매일 허덕이다 보면 '압축적으로 일하자'는 건 그저 이상향으로만 남기 쉽다. 효율화 자체가 또 다른 프로젝트가 되고 집중할 리소스가 별도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타 팀과 협업, 실시간 루틴에 밀려 사실은 팀의 최우선 과제인 운영 효율화가 늘 최후순위로 밀리는 슬픈 현실도 여기서 발생한다.


운영 효율화야말로 팀에서 모두가 이 악물고 어떻게든 끌고가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 장기적인 과제다. 효율화가 선행되어야 리소스를 더 확보해서 양질의 루틴 업무와 집중적인 프로젝트를 병행할 수 있다. 개인을 '갈아넣는' 방법으로 버티는 루틴과 프로젝트는 좋은 퍼포먼스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나는 우리팀의 주요 효율화 지표를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상담에 들어가는 전체적인 시간을 줄이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상담으로 들어오는 인입량을 줄이는 것이다. 개별 상담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즉 고객 한명 한명에게 충분한 마음을 집중하면서도 넉넉한 시간을 확보할 방법이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첫 응대시간과 더불어 응답 시간(고객이 문의한 것에 매니저가 답변하는 응답 시간)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빠르고 간단하게 답변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응대하기 좋은 기능적 환경과 풍부한 콘텐츠 리소스가 준비되어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서비스 특성상 고객 상담이 문제 해결까지 길게는 며칠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상담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살펴보는 총 상담 시간은 제외했다. 대신 애초에 상담으로 인입되는 건수 자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사람이 전심으로 응대하는 상담 건수, 하루 몇 건이 안정적일까?


상담 인입을 줄이려면 고객이 쉽게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은 웹사이트와 제품을 찾고 찾다가 챗봇의 온갖 방어를 뚫고 상담을 하러 들어온다. 우리가 할 일은 그와 같은 고객이 유입되는 여정 어딘가에 각각 '자주 찾는' 그 내용이 잘 보이도록 제시해두어야 하는 것이다. 


앞의 얘기들에 대한 답이 준비되지 않으면 새 프로젝트가 들어올 때마다 우리는 휘청거릴 것이다. 각자 애를 써도 잘 결합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추가 채용을 한다 해도 이는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 장기적으로 각 구성원들의 관점이 넓어지고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팀 리소스 관리는 개개인 각자가 할 일이 아니라 팀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때 팀 내에서, 혹은 다른 팀과, 리더십과 중간 조율은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팀의 리소스 현황을 어떻게 분석하고 파악하여 어떻게 리포팅하고 어떤 방식으로 가감하여야 할까? 


조직마다 다르겠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우리 구성원들의 월급을 모두 더하여 시간당 얼마인지 보고, 회사가 우리를 채용함으로 얻어야 하는 기대수익 (대개 월급의 n배라고 하지)을 따져보고, 우리가 하게 되는 루틴과 프로젝트가 여기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계산해봐야겠지. 


이럴 게 아니라 정말로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우리의 시간을 엑기스로 만들고 같은 시간 더 밀도 높은 환경을 만들거나, 아니면 적정하게 회사에 리소스 부족을 알리고 당당하게 추가 채용이나 급여를 요구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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