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잔인했지만 너무나도 서글펐던 영화

영화 〈발레리나〉를 보고서

by 권성권
3289_3853_5714.jpg 사진 판씨네마


여름 더위를 날리고자 동료들과 영화 〈발레리나〉를 봤어요. 예고편을 봤을 땐 뻔한 스토리라 생각했죠. 아버지를 죽인 이들을 처단코자 딸이 발레리나가 되어 복수극을 펼치는 거라고요. 그만큼 영화 속에는 폭력과 살인이 난무했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단과 사이비 집단의 실체를 깨닫게 하는 것 같았어요.


영화는 주인공 ‘이브’(아나 데 아르마스)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요. 유년 시절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의문의 조직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을 겪죠. 그 후 뉴욕 컨티넨탈 호텔의 지배인 ‘윈스턴’의 도움을 받아 발레리나의 길을 걷죠. 물론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 그녀는 ‘루카스 로마’에 소속된 암살자로 성장해요.


마침내 그녀는 정식 킬러 임무를 부여받고 실제 사건에 투입되죠. 그러다 예전에 아버지를 죽인 조직과 똑같은 문신을 한 킬러를 만나요. 그때부터 그 조직의 실체가 ‘컬트’라는 마을에 있는 걸 알고 찾아가죠. 영화 속 그 마을은 눈 덮인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였어요.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그 영화에 그토록 멋진 풍경이 나왔으니 대반전이었죠. 하지만 그곳은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어릴 때부터 세뇌시키면서 킬러로 양성하는 살인집단 소굴이었어요.


그녀는 그곳에서 친언니를 만나고 무자비한 복수극을 펼치기 시작하죠. 하지만 그것이 ‘루카스 로마’의 규칙을 어기는 일이 되자 루카스 로마의 디렉터는 전설적인 킬러 ‘존 윅’(키아누 리브스)을 급파해 이브를 죽이게 해요.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녀를 돕죠. 결국 이브는 ‘컬트’의 수장이자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챈슬러’를 처단하고 납치된 아이까지 구출을 하죠.


영화는 그렇게 끝나는 것 같고 이브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조직의 룰을 어긴 이브에게 엄청난 현상금이 걸리면서 영화는 끝을 맺죠. 마치 다음편을 예고하듯 말이죠.


영화 〈발레리나〉는 무더운 여름을 오싹하게 할 정도로 총과 칼이 난무했어요. 그런데도 웃긴 게 있었죠. 이브가 할슈타트 마을의 음식점 종업원과 싸우는 장면인데 서로가 그릇으로 머리를 때리는 장면이었죠. 더욱이 상대가 10m 밖의 사람들조차 한방에 불태워버리는 화염방사기를 들이대자 이브가 소화전 호스로 맞선 장면은 그아말로 압도적이었어요. 결국 물이 불을 이기긴 했죠.


영화 〈발레리나〉는 청부 살해업자들이 복수극을 펼치고 있어서 끔찍한 장면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그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할슈타트의 ‘컬트’ 마을을 보면서 너무나도 서글픈 마음이 든 게 있어요. 지금도 그와 비슷한 이단과 사이비 집단이 여러 사람을 세뇌시키며 그 소굴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우고 있다는 게 그것이죠.


현재 우리나라 정치계는 물론이고 경제와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이단 사이비들이 있어요. 통일교와 신천지 집단이 그곳이에요. 통일교의 한학자와 신천지의 이만희는 윤석열 정부와 손을 잡고 남다른 이권을 누리고자 한 게 서서히 드러나는 상황이죠.


1950년대만 해도 박태선의 전도관과 문선명의 통일교는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인 이단 사이비였어요. 그 후 박태선 밑에 있던 이만희가 뛰쳐나와 장막성전을 유랑하면서 통일교 공부를 했죠. 그곳에서 김건남을 만나 아예 신천지 집단을 만든 거였고요. 신천지의 첫 번째 교리서 이름이 ‘신탄’인데 온전히 통일교 교리를 모방한 거였죠.


그 후 통일교는 문선명과 한학자가 낳은 14명의 아들 중에 셋째 아들이 미국에 건너가 가내수공업을 거쳐 무역과 해산물 사업에 성공을 하죠. 미국의 초밥집들은 모두 통일교가 공급하는 것들로 여기고 있죠. 그렇게 성공한 기업이 100개가 넘는데 상장된 기업도 있어요. 현재 통일교는 문선명 사후에 한학자와 여러 아들들의 이권 다툼으로 내홍과 소송전이 한창 진행중이죠.


통일교가 그렇게 교회 밖의 기업을 통해 교세를 확장해 왔다면 신천지는 교회 안에 침투해서 교세를 확장한 사례죠. 기존 교회에 잠입해 성도들을 빼 오는 ‘추수꾼’ 전략을 세운 것 말이죠. 이만희를 ‘구세주’로 여기고 기존 교회 목회자들을 ‘삯꾼’으로 칭하는 이유도 그런 일환이었죠. 더욱이 신천지 성도들은 14만 4천명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더 열성적인 신자를 만드는 소굴로 변신하고 있죠.


지금은 통일교나 신천지나 세상의 법망을 피하고자 어떤 일들을 벌이는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예전에는 그들의 소굴을 벗어난 탈퇴자들과 그곳의 피해자들을 추적하고자 위치추적기까지 부착한 일들이 있었죠.


영화 〈발레리나〉를 보면서 통일교와 신천지가 떠오른 이유가 바로 그거였어요. ‘컬트’라는 마을도 겉으로는 눈 덮인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호수였지만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세뇌시키면서 킬러로 양성하는 소굴이었으니까요. 통일교와 신천지 집단에 들어가 교리에 세뇌당하면 좀체 빠져나올 수가 없는 현실을 마주하는 이유도 비슷하겠죠.


영화 〈발레리나〉가 너무나도 잔인하지만 한 편으로 너무나도 서글펐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 자리를 찾는 삶 감사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