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옆 텃밭 모서리에 머루가 한창 익어가고 있어요. 5월에 머루꽃이 피었는가 싶더니 8월 하순인 요즘은 알알이 열매가 차오르고 있네요. 이제 9월 중순이 되면 아마도 검붉게 익겠죠. 작년엔 몇 개 따 먹고 말았는데 올해는 너무 많이 열려 머루술을 살짝 담을까 생각해 보고 있어요.
흔히 머루 농사를 일컬어 건달농사라 부른다고 해요. 누구나 손쉽게 재배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재배할 수 있으니까요. 일손도 다른 농사에 비해 적게 들고요. 사실 나도 텃밭에 두 그루를 심어 실험하고 있는데 손이 갈 게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가을이 되면 가지만 쳐주면 되니까요.
머루는 옛날에 서민들이 즐겨 먹은 과일이었던 같아요. 다래와 함께 고려가요 〈청산별곡(靑山別曲)〉에도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그 당시엔 산속 어디에나 머루가 나무를 타고 있었는가 봐요. 마치 민어(民魚)도 백성들이 흔하게 먹던 고기라서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처럼요. 물론 지금은 머루술도 그렇고 민어회도 그렇고 결코 만만하지 않는 이름이죠.
머루술은 옛 고전 〈산림경제〉에 그걸 빚어내는 방법이 나와 있다고 해요. 머루를 따서 주물러 즙을 낸 후 찹쌀밥과 흰누룩을 섞어 빚으면 절로 술이 된다고요. 요즘은 머루를 따서 병에 담아 으깨고 설탕을 붓고 소주를 부으면 절로 술이 된다고 하죠. 물론 설탕은 발효 차원에서 넣는 거고 술은 부패 방지 차원에서 조금만 넣는 거겠죠. 그걸 잘 배합하면 프랑스산 포도주보다 훨씬 달콤하고 맛깔난 머루술을 맛볼 수 있겠죠.
왜 프랑스산 포도주를 이야기하냐고요? 세계에서 암 발생률이 가장 적은 나라가 프랑스라고 해요. 그 원인을 조사한 결과 포도주와 연관이 있다는 거죠. 그들이 마시는 프랑스산 포도주에는 암을 억제하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고 하죠. 그런데 머루에는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프랑스산 포도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가 있다고 하죠
더욱이 머루엔 안토시아닌 성분과 비타민A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고 해요. 그 성분들은 망막에 존재하는 단백질 ‘로돕신’의 재합성을 촉진해서 시력이 떨어지는 걸 방지한다고 하죠. 물론 눈의 피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거기다 오줌까지 잘 나가게 하니 내 몸을 돌보는 데 일석삼조(一石三鳥)이지 않나 싶어요.
사실 얼마 전에 에이스비뇨기과 김현학 선생을 만났어요. 더워서 그런지 오줌이 잘 나오지 않고 밤에 세 번 정도 깨서 소변을 봤으니까요. 그 선생은 전립선 수치나 비대증은 괜찮은데 소변에 피가 묻어난다고 했어요. 물론 1주일 후 다시금 검사했을 땐 깨끗했죠.
그때 처방해 준 약 덕분일까요? 더위가 가신 덕분일까요? 지금은 밤에 한 번만 깨서 소변을 보는 터라 새벽기도회 갈 때 너무나 상큼한 기분이에요. 물론 그 약도 잘 먹고 있는 이유가 있어요. 소변도 그렇지만 그 약의 부작용으로 머리털도 나고 머리털 색깔도 검게 변한다는 이야기 때문이죠. 정말 그런지는 지켜보고 이야기해 줄게요.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위장과 자주 나는 병을 위하여는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딤전5:23)
바울이 2차 전도여행 때 만나 선교여행에 동참한 디모데에게 권면한 말이죠. 석회수가 많은 루스드라 지역 특성상 포도주가 몸에 좋은 까닭에 추천했겠죠. 더욱이 그의 어머니는 유대인이고 아버지는 헬라인이라 할례를 받고 선교여행에 따라나선 디모데의 삶 자체가 스트레스를 동반한 일이었기 때문에 위를 보호하도록 포도주를 사용토록 한 거였죠.
그렇다고 디모데가 나답과 아비후처럼 술에 취한 건 아니었겠죠. 나답과 아비후는 당시에 사리분별력을 잃을 정도로 온통 술에 취한 채 이교도의 불을 가져와 하나님 앞에 제사하려 했죠. 하나님께서 진노한 이유가 그거였어요. 사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게 선해서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게 없죠(딤전4:4). 다만 모든 걸 먹고 마시고 입고 쓰듯이 그 목적도 선을 좇아 사는 건 바람직한 일이죠.
머루는 우리나라 오만원권 앞면에도 등장한다고 하니 새삼스럽죠. 신사임당 옆에 그려 넣은 ‘묵포도도(墨葡萄圖)’가 그거라고 해요. 신사임당은 일곱 살 때 화가 안견의 그림을 본떠 그리면서 실력을 쌓았는데 산수화와 포도와 풀과 벌레를 많이 그렸다고 하죠. 물론 그 시기엔 중국에서 포도가 유입되기 전이니 머루가 대세였겠죠. 오만원권 속 그림도 똑같이 익지 않는 머루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니까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루는 오래전부터 우리 삶에 가까이 있었네요. 몸에 좋다는 것도 말예요. 본래 가까이 있는 걸 귀하게 여겨야 하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멀리 있는 걸 더 귀하게 여기곤 하죠. 머루술보다 프랑스산 포도주를 훨씬 좋게 여기듯 말이죠. 하지만 머루가 건강에도 좋고 5만 원권 속에 든 풍요로움도 가져다준다고 하니 앞으론 더욱 가까이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내 몸의 위장과 소변에도 좋다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