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에서 쫓겨난 인간 지구에서도 쫓겨날까?

김대식·김혜연의 〈사이 인간〉을 읽고서

by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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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미래학자와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말하죠. 앞으로 챗GPT보다 천배는 더 똑똑한 버전이 나올 거라고요. 10년 후엔 10억 배나 더 똑똑할 거라고요. 구글X의 공학자 모 가댓이 쓴 〈AI 쇼크, 다가올 미래〉에도 그런 예견을 하죠. 머잖아 인간이 모기가 되고 AI가 아인슈타인이 될 수 있다고 말이죠. 진짜로 그런 시대가 도래하면 ‘인간 모기’는 ‘AI 아인슈타인’을 찔러대는 수준으로 전락할까요?


생각할수록 끔찍하죠. 모든 생태계의 최고 지배자인 인간이 모기처럼 인공지능에게 밀려난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먼 미래까지 갈 것도 없죠. 지금도 대학에선 인공지능 때문에 표절전쟁을 벌이고 있고 학위마저도 무색해질 판국이니까요. 텔레마케터나 매표소 직원이나 마트 직원도 줄어들고 있죠. 세일즈포스도 4천 명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인공지능을 대체한다고 하죠. 테슬라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장에 대거 투입할 거라고 하고요.


인간은 이제 인공지능에 끼거나 치이는 ‘사이 인간’으로 전락하는 실정이에요. 소설은 물론이고 음악과 미술과 건축 등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과 협업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미각과 촉각이 없는 인공지능이라지만 자율성을 가진 인간의 오감과 인격과 영성까지도 얼마든지 시뮬레이션하고 모방해서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왜 AI와 굳이 대립각을 세워야 할까요?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이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걱정하고 있어요. 우리는 AI에게 일을 시키고 그로부터 창출되는 부와 풍요를 잘 나눌지 고민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 논의가 꼭 대립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함께 협력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편이 더 지혜로운 접근일 것 같아요.”(23쪽)


김대식·김혜연의 〈사이 인간〉에 나오는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말이죠. 혜지가 선물한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에 문명과 문명 사이에 놓인 새로운 미래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뇌과학과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김대식 교수와 안무가이자 예술 콘텐츠 기획사 대표인 김혜연이 질문하고 각계각층의 15명 대표주자가 답하는 형식이죠. 그중에서도 맨 처음 포문을 연 최재천 교수는 인공지능과 협력하는 길만이 인간이 살길임을 제시한 거죠.


물론 소설가 장강명은 아무리 인공지능이 활개를 쳐도 인간이 실제 겪는 감정과 갈등과 성장의 서사는 그대로 담을 수 없다고 말해요. 후각이나 촉각 같은 요소가 빠진 메타버스 경험도 실물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는 거죠. 예술감독 이대형도 AI 아인슈타인이 등장한다 해도 인간은 자기 결핍 속에서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 낼 거라고 말하죠. 인도학자 강성용은 로마와 두바이를 비교하면서 비논리적인 로마의 건물과 도시가 앞으로도 존재하는 것처럼 인간은 아날로그적 향수를 갈망하는 존재임을 일깨워주고 있어요.


“다만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차별성, 즉 신체를 가졌기 때문에 발현되는 창의성이 있잖아요. 늙어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 아프고 상처받는 데 대한 두려움, 신체를 통해 땀을 흘리고 피를 흘리고 죽음이라는 걸 의식하는 이 미묘한 감각적 사고를 AI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221쪽)


문학평론가 이광호 교수가 한 말이에요. 아무리 AI가 시를 쓰고 글을 쓰는 창작을 한다 해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적인 차원이나 육체를 통해 다른 감각의 세계를 그려내는 부분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는 거죠. 특히 신체와 함께 죽을 존재임을 자각하는 유한성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나오는 창의성은 결코 AI가 흉내 낼 수 없다고 해요.


뭐랄까요?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은 ‘사이 인간’이 된 현실 같아요.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을 더욱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을지, 그걸 활용하여 어떤 차별성을 가져올 수 있을지, 그것에 더 집중해야만 하는 시대일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인간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겠지만 인공지능이 창출하는 부와 풍요를 잘 나눌 방안도 찾아야 할 것 같고요.


이 책 끝부분엔 섬뜩한 예측도 해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평등’이란 구호를 외치며 농장 주인을 몰아낸 돼지들의 모습처럼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기계 해방’을 외치면서 인간 사회에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게 그거예요. 더욱이 그런 인공지능들이 인간처럼 독립된 자아를 갖고자 활개칠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에덴에서 쫓겨난 인간이 지구에서도 쫓겨나는 ‘잉여인간’으로 전락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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