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요일의 루틴은 남산을 오르는 것이다.
남산 등산로도 좋지만 남산 가는 길 후암동 동네 산책은
마치 본식 전 에피타이저처럼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후암동엔 여전히 단독 주택이 많아 이따금씩 사는 이의 취향과 개성이 담긴 집을 만날 때면 더없이 반갑다.
후암동도 한 번쯤 살아보고픈 동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안경>의 사운드 트랙을 배경 음악 삼아 발이 안 보이게? 열심히 오르는데 반대편에서 내려오던 할아버지가 개나리 앞에서 사진을 찍다 내게 핸드폰을 건네셨다.
무언가 말을 하려 하시는데 언어는 다리 근육보다 빨리 퇴화 돼버리는 것인지 공기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사진 찍어드릴까요?“ 여쭈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이럴 땐 어색하게 대충 찍고 드리면 되는데 몸에 익은 습관 탓에(전직 포토그래퍼) 친절한 목소리로 ”자, 카메라 보고~ 웃으세요 헤헤~“ 하며 세장 연사로 찍고 있는 내가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핸드폰 화면으로 개나리 앞 할아버지의 웃은 듯 만듯한 미소가 오늘 산책 내 마음속 베스트 컷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