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시들해졌을 때 보면 좋은 맛있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

by 명혜


살다 보면 가끔 모든 것이 시들해질 때가 있다. 좋아했던 일이 의무가 되어버리고, 하루하루가 그저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바로 그런 순간에 다시금 열정을 되찾게 해주는 뜨거운 영화다.

셰프 캐스퍼 위기에 빠지다

영화의 주인공, 칼 캐스퍼(존 파브로)는 한때 촉망받던 스타 셰프였다. 하지만 지금은 LA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주어진 메뉴만을 반복해서 만드는 삶을 살고 있다. 오너의 간섭 속에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요리에 대한 열정도 사라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명 음식 평론가가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칼의 요리를 혹평한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SNS에서 논쟁을 벌이다가 결국 일자리를 잃고만다. 하루아침에 셰프라는 자리를 내려놓게 된 칼. 하지만 이 위기는 곧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된다.

푸드트럭에서 다시 시작하는 요리와 삶

일자리를 잃은 칼은 마이애미로 떠나고, 그곳에서 전 부인의 도움을 받아 푸드트럭 사업을 시작한다. 그는 아들 퍼시, 그리고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마틴과 함께 푸드트럭을 타고 미국을 횡단하며 직접 만든 쿠바 샌드위치를 판매한다. 처음에는 작은 트럭에서 시작된 일이지만, 사람들은 그의 요리를 사랑했고, 아들 퍼시의 재치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푸드트럭은 점점 유명해진다.

푸드트럭에서 요리를 하며 칼은 다시 즐거움을 느낀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직접 반응을 보며 기쁨을 얻는 것. 요리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되찾은 그는 다시금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간다.

맛있는 음식, 그리고 다시 살아나는 열정

<아메리칸 셰프>는 단순한 음식 영화가 아니다. 요리를 매개로 주인공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현실에 치여 점점 무뎌져가던 그가 다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우리에게도 묘한 위로를 준다.

영화를 보다 보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쿠바 샌드위치의 비주얼과 뜨거운 기름에 튀겨져 슈가파우더를 잔뜩 뿌린 베녜의 달콤한 향이 오감을 자극한다.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즐거움.

혹시 지금 삶이 조금 시들해졌다면, <아메리칸 셰프>를 보며 다시 한 번 뜨거운 열정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리콘 언니가 주목한 영화 속 맛있는 순간들>

고추장,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한국인으로서 영화에서 반가웠던 순간 중 하나는 고추장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극 초반부, 칼이 자신의 요리에 변화를 주기 위해 새로운 소스를 연구하는데, 그중 하나로 고추장을 사용한다. 지금이야 한국 음식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이 영화가 개봉한 2014년 당시만 해도 서양 영화에서 고추장이 등장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칼이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로움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요리사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혹평 받은 라바 케이크


평론가 램지는 칼의 모든 요리를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그중에서도 디저트로 내놓은 라바 케이크를 가장 혹독하게 평가했다.

라바 케이크(Lava Cake)는 반으로 가르면 속에서 뜨겁고 진한 초콜릿이 흘러나오는 것이 특징인 초콜릿 케이크다. 프랑스의 퐁당 오 쇼콜라(Fondant au Chocolat)와도 매우 유사한 디저트다.

일반적으로 라바 케이크는 반죽 자체를 덜 익혀 속을 액체 상태로 남기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미리 굳힌 가나슈를 반죽 중앙에 넣어 구운 후, 가나슈가 녹아 흘러나오도록 만드는 방법이 있다.

영화 속에서 칼은 후자의 방식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평론가가 “덜 익혔다”며 혹평했을 때, 그는 강하게 반박한다. “이건 덜 익힌 게 아니라, 가나슈가 녹은 거라고!”


진짜 베녜는 뉴올리언스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푸드트럭 여행 중, 칼과 그의 아들은 뉴올리언스에서 베녜(Beignet)를 맛본다. 그들이 찾은 곳은 베녜로 가장 유명한 카페 뒤 몽드(Café du Monde). 바삭하면서도 폭신한 이 디저트는 뉴올리언스를 대표하는 명물 중 하나다. 칼은 아들에게 “이곳에서 먹어야 진짜 베녜를 먹는 거야”라며, 오리지널이 가진 특별한 맛과 매력은 어디서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베녜는 프랑스에서 유래한 도넛과 비슷한 디저트로, 깊은 기름에 튀긴 반죽 위에 슈가파우더를 듬뿍 뿌려 먹는다. 바삭한 겉면과 부드러운 속살, 그리고 달콤한 슈가파우더가 어우러져 한입 베어 물면 사르르 녹아내리는 맛을 자랑한다.



서울에서 뉴올리언스 스타일 베녜를 맛볼 수 있는 곳

효창공원역 부근, 경의선 숲길 끝자락에 자리한 카페 뉴 이베리아(NEW IBERIA)는 미국 남부 출신의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베녜를 비롯해 다양한 미국 남부식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음악도 하는 사장님 덕분에 가끔 라이브 공연도 열린다고 하니,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까지 현지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곳이다. 뉴올리언스 감성을 즐기고 싶다면 한 번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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