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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ttle Creatures May 03. 2024

전역까지 543일 남으셨습니다.

아들의 입대

대학교 1학년, 2회 차인 아들은 성적표를 받아 들고는 "올 게 왔구나"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기말고사를 치르며 낌새를 알아채고 입대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듯 보였고, 받아 든 성적표가 그 결심을 돌이킬 수 없게 한 것 같다.

이전 대학교의 성적표도 이 핑계 저 핑계로 보여주지 않더니, 이번 대학교의 성적표도 요 핑계 조 핑계를 대며 미뤄오다가 결국 군대로 도피를 해버렸다.

아들, 이제 성적은 안 물어볼게, 군대가면 안부는 자주 물어봐도 되지?

 

아들은 해외에서 오랜 기간 학교생활을 했다.

귀국하면서 RJ와 나는 아들이 친구가 없어 고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에 고심이 깊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동네 BR친구들이 그것도 아주 많이 남아있어서, 부모들의 걱정이 공부로 옮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BR 친구들 중에 누구라도 입대를 한다고 하면, 7시간 거리의 학교에서 멀다하지 않고 와서 같이 놀아주며 하나 둘 보내다 보니, 이제 자기 뒤에는 한 명밖에 없다고 한다.

 

본인 입대를 앞둔 아들은 놀아줄 친구가 남아있지 않다며, 부모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줄 것 같은 뉘앙스의 말을 자주 흘리고 다녀 우리를 기대하게 했다.

저녁식사나 한 끼 하려고 시간 있는지 물어볼 때마다 아들은 “아직 별 약속은 없는데…”라고 했다. 그런데

퇴근하고 오면 없다.

톡하면 일찍 온다고 한다.

다음 날 새벽 일찍 오기는 했다.

또 그렇게 나타난 많은 고마운 친구들과 입대하기 전날에도 어떻게 놀았는지 발목까지 접질려와서는 자고 있었다.

 

우리의 입소일 계획은 아침 일찍 출발해서 논산 근처 맛집에서 오붓한 점심을 먹고 담백하게 보내주려 하였다.

하지만, 그 시간을 병원 갔다 오는데 허비해 버리고, 논산 가는 3시간 반 내내 자는 아들의 뒤통수만 보다가 점심도 먹이지 못하고 들여보냈다.

아들의 짧게 자른 머리를 우리는 훈련소 입소식 이틀 전 밤 잠결에 보았다.

우리는 즐겁게 아들의 뒤통수가 이쁘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아들이 자기 방으로 돌아간 후, 다시 잠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RJ는 동네 아줌마들의 조언을 받아 군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한 가득 준비해 두었다. 허용된 물품이 아니면 다시 돌려보낸다는 입소안내장보다 아줌마들의 경험을 더 믿었다.

막상 입소일에 가보니 다른 입소자들은 빈손이거나 단촐한 가방정도 였는데, 아들만 고3의 터질 것 같은 백팩을 메고 있었다.

 

RJ는 또 아들 입소식에 따라가려고 휠체어까지 하나 빌려두었다.

하지만 비가 온다는 예보에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차에 남아 있더라도 꼭 같이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딸도 상사의 눈치를 굳이 무시하며 휴가를 내어 함께 해주었다.


논산 육군훈련소 입소식은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입대를 시키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공식적인 행사였다.

행사장 스탠드에는 입대하는 아들들과 가족들이 가득 모여 앉아서 입소식에 참여하였다.

마침내 행사가 끝나고 입소자운동장으로 모여야하는 하는 시간이 되자, 아들의 입대는 현실이 되었다.

RJ와 딸은 눈물을 쏟아내었고, 애기로만 여겼던 아들은 의젓하고 담담하게 엄마와 누나를 한 번씩 안아주고는 운동장으로 뛰어내려 갔다.

잘 커주어 감사하다. 아들.

 

가족들의 귀가를 요청하는 행사마침 안내방송을 마지막까지 흘려들으며, 눈으로 아들을 계속 쫓아가다가 어느 순간 놓쳐버렸고, 우리는 뒤돌아서야만 했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아들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출근할 때마다 챙겨 보았던 나에게는 더 익숙한 아들의 자는 모습이 아련하다.

엄마 모르게 가끔 보내오던 "아부지 용돈 쫌"이라는 톡이 연연하다.

새벽에 들어와서는 조용히 밥을 차려 먹고, 저지레 해놓은 식탁과 싱크대도 그립다. 

 

이번 주말 아들과 첫 통화를 기다리며…

아들 건강하게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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