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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ttle Creatures Mar 18. 2020

사우디아라비아 생활

[시기:2016-2020 / 장소: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는 안돼

갓 건설회사에 입사했을 때인 1992년의 사우디는 아직도 핫한 해외건설시장의 보고였다. 1970년대에는 사우디에서 2년만 근무하면 강남에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고 전해온다. 90년 초에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월급이 국내 대비하면 2배 정도 되어 가난한 월급쟁이에게는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에서 있어보았던 선배들의 조언은 한결같이 "사우디는 가지 마라"였다.


사우디 갈뻔했던 위기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사우디 출장 3개월을 다녀오라고 한다. 출장 3개월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주재원 생활을 그렇게 시작하게 된다. 10년 전에 3개월 출장으로 나갔다가 아직 해외를 떠돌고 계신 선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선배들의 조언을 굳게 믿고 신입사원 주제에 거절하기가 어려워 결정을 미루고 있었더니, 다른 신입직원이 자원해서 가게 되었다. 나는 얼마 후 싱가포르 3개월 출장 건에 지원하여 싱가포르로 가게 되었다. 실제로 나는 싱가포르, 홍콩, 이집트를 떠돌다 10년 만에 귀국하게 된다.

몇 년뒤 우연히 사우디로 갔던 직원과 휴가가 겹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는 뭔가 달라져 있었다. 그는 사우디 주재기간 내내 업무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자기 숙소에서 음악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술자리 내내 들려주었다.


결국 사우디로

그동안의 회사생활에서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피해왔었던 사우디를 회사생활 25년 차가 된 2016년에 자진해서 오게 되었다. 피치 못할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다.

[모래폭풍과 리야드 킹덤타워]

Kingdom Of Saudi Arabia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우디의 정식 명칭이다. 아직도 사우디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무덥고 이슬람교를 믿으며 산유국 정도로만 알고 있다.

1932년 아라비아 반도의 몇몇 왕국들이 통합하여 오늘날의 Kingdom Of Saudi Arabia가 되었다. 초기의 사우디 경제는 농업과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방문하는 순례자들에 의존하였다. 하지만, 1938년 유전이 발견되었고 1976년에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되었다. 사우디는 국가 재정수입의 대부분을 원유수출 및 원유관련 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에서 탈피하고자 사우디의 산업다각화를 위한 Vision 2030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왕국

사우디를 통합한 사우드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을 설립하였고 그 초대국왕 이후로 약 90년간 그 아들들이 왕위를 계승해오고 있다. 현재는 7대 살만 국왕이며, 처음으로 초대국왕의 아들이 아니라 손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MBS)이 왕세자로 옹립되어있다.

사우디는 종교와 정치가 통합된 절대 왕정국가이다. 국왕은 국가 통치자인 동시에 종교의 수장이기도 하여 입법/행정/사법에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사우디 종교

사우디는 이슬람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는 허용되지 않으며 불법이다. 사우디에는 이슬람교의 2대 성지인 "메카"와 "마디나"가 있으며, 이슬람 국가들의 종주국으로 역할을 한다. 이슬람교는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며 사우디는 수니파에 속한다.


사우디 날씨

많은 사람들이 사우디는 1년 내내 무덥기만 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5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에는 그러하다. 하지만 11월에서 3월까지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날씨가 계속된다. 특히 12월과 1월의 밤에는 전기장판을 틀고 자야 하는 정도이고, 이 기간에는 간간히 비도 온다.


얼마 전까지 사우디는

사우디는 이러한 특성상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여러 가지 문화와 생활양식이 있다.

예를 들면 사우디는

- 술과 음악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

- 하루 5번 기도시간을 지켜야 하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 나라

- 영화관이 없는 나라

- 여자들이 얼굴과 몸을 아바야/히잡/니캅으로 가려야 하는 나라

- 여자들의 운전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

- 관광비자가 허용되지 않아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는 나라였었다.


설마설마 했던 나에게 문화적 충격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2016년 사우디아 항공의 기내영화 사진과 스포츠 매장에서 파는 수영용품 사진.

이게 사우디였다.

[사우디아 항공 기내영화]
[스포츠 매장 수영용품 판매]

지금의 사우디는

최근 사우디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 음악이 일부에서 허용되고,

- 여전히 기도시간을 지키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기는 하지만 마트에 들어가 있는 사람을 쫓아내지는 않으며

- 영화관이 문을 열었고,

- 외국 여자들은 아바야를 입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해 주었고

- 여자들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해주고

- 관광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2019년 10월에는 BTS가 사우디 축구경기장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하기도 했다. 기대하기 힘들었던 정도의 속도로 사우디는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술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다음에는 이를 배경으로 실질적인 사우디 생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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