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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ttle Creatures Mar 18. 2020

사우디 주재생활 좋은점 3가지

[시기:2016~2020 / 장소: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도 살기 좋은 점이 있을까?

20년에 가까운 해외 주재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어디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이다. 내가 우리나라의 생활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또 나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아 이에 따른 오해와 불편함이 있을 뿐, 그들은 다 각자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는 잘 알려지지 않아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불편한 소문이 무성하고 나의 상식과 생활방식과 대비해 확연히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내 입장에서 살기 좋은 점이 과연 있을까?


사우디에서 실제로 생활하기 전까지 나의 선입견은 사우디에 대한 선입견이라기보다는 아랍 세계에 대한 선입견이었다. 전쟁과 내전이 계속 진행 중이고, 테러가 자주 발생하며, 무질서하고, 여성인권이 탄압받고, 또한 종교의 자유가 없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나의 상식에 반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었다. 물론 이는 나의 아랍 세계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선입견이기도 하다.


5년 차의 사우디 생활에서 이러한 생활방식에 약간은 익숙해졌고 또 나의 선입견도 일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사우디의 생활에 완전히 녹아들었다고 하기는 그 차이가 크다. 여전히 나에게 사우디는 떠나고 싶은 곳이며, 다시 살고 싶은 나라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살고 있기 때문에 좋은 점을 찾아보자면

[리야드의 랜드마크 킹덤타워]

첫째는 여유가 생긴다.

중동은 여전히 전쟁과 내전 중이며 테러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예멘 내전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형식이어서 사우디는 직접적인 전쟁 당사자이다. 지난 약 2년간 예멘에서 사우디 전역을 목표로 탄도 미사일이 자주 발사되었으며, 대부분 격추되어 신문을 통해서 격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몇 차례는 리야드 상공에서 격추되어 큰 폭발음과 건물의 흔들림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이러한 일에도 나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고 이를 제외한다면, 사우디는 조용하고 여유롭다.

무엇보다 부모, 형제, 친척, 친구, 직장동료 등과의 물리적인 접촉이 거의 없어지고 또한 정신적인 소모가 발생하는 만남이 줄어들어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또한, 사우디는 개인적으로도 가족생활로도 할 게 딱히 없다. 여름에 50도에 이르는 뜨거운 날씨와 종교적인 사유로 인해 일반적으로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액티비티들이 사우디에서는 존재하지 않거나 불가한 게 대부분이다. 기껏해야 할 수 있는 것이 주말마다 가족들과 쇼핑센터를 옮겨 다니며 콧바람을 넣는 정도이다.


억지로 주어지는 여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주어지는 여유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면 즐겁게 된다.


둘째는 가족관계가 좋아진다.

이는 사우디만의 특징은 아니고 해외 생활의 장점이기도 하다.

단순히 가족과 같은 공간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가족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닌듯하다. 같이 공유하는 시간이 길어짐으로써 참견과 꼬투리잡기, 의견 충돌로 더 많이 싸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와이프의 입장에서 보면 시집에서 물리적으로 충분히 멀어진 상황으로 정신적인 여유가 있어 보인다.

또한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와는 다른 학교생활 그리고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완화된 경쟁과 느슨한 학교생활에서 느끼는 여유가 아이들이 좀 더 아이다운 생활을 하게 해주는 것 같다.

남편은 와이프와 아이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면 그냥 행복하다.


길어지는 해외 주재 생활로 인하여 회사에서 잊혀질 것 같은 불안과 한국 아이들에 비해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내 아이들의 공부시간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면,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시간이 즐겁고 휴일내내 가족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행복하며 가족 간의 대화는 잔소리가 아니라 일상을 공유하는 유쾌한 대화가 된다.


셋째는 저금을 할 수 있다.

우선 수입이 많아진다.

해외 주재 생활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국내 급여보다 많다. 거기에 현지 주거비 지원 등의 복지를 감안하면 상당한 혜택을 받는다.


이와는 반대로 지출은 줄어든다.

의복비 지출이 상당히 줄어든다. RJ는 처음에 사우디로 와서 온몸을 가리는 아바야에 대해서 상당히 불편해했다. 시간이 좀 지나니 아바야가 너무 편하다고 한다. 주말에 외출할 때도 잠옷에 아바야만 걸치면 어디라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J도 편해졌다. 우리가 외출 준비를 마치고 RJ를 기다리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무슬림 남녀 복장]
[이슬람 여자들의 머리에 쓰는 복장 종류]
[아바야와 니캅을 쓴 사우디 여성들]

사우디 생활 초기에는 외식을 자주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짐을 느껴 외식을 삼가게 되었고 가끔의 외식도 Food Court에서 간단하게 먹게 되었다. 또한 리야드에는 한국 식당이 한 곳 밖에 없고 비싸기도 하지만 없어서 더 먹고 싶은 순대국밥 같은 돼지고기류의 메뉴가 금지되어 있으니 가지 않게 되었다.


반면, 장바구니 물가는 저렴하다. 많은 농.수.축산물을 수입하지만 기본적으로 품질도 좋고 저렴한 편이다.


기름값은 현재 불과 몇 년전 대비 2배가 되었다. 그럼에도 현재 가솔린 리터당 가격은 450원 정도이다. 물 500ml 한 병을 마트에서 사면 300원 정도이니 진짜 물보다 싸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로 몇 년전 대비 2배가량 올랐다. 그럼에도 현재 주거시설의 kwh당 요금은 54원 정도이고, 세대당 6,000 kwh까지는 누진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겨울을 제외하면 대부분 24시간 에어컨을 가동하며, 휴가 기간에 집을 비워두더라도 에어컨을 끄지 않는다.


또한, 술이 없기 때문에 술값이 들지 않고(술에 대해서는 별도로 한번 적어볼까 한다), 문화시설이 없어 문화생활비 지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좋은 점이 더 있을까?

사우디 생활 5년 차인 내 입장에서 느낀 쥐어짜낸 좋은 점이다. 하지만 사우디 교민들 중에는 20년~30년씩 사우디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 많은 경우 우리나라 건설회사에서 파견 나와 주재 생활을 하다가 각자의 다른 이유로 사우디에 눌러 앉으신 분들이다. 이분들이 느끼는 사우디의 다른 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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